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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Aug 05. 2021

나에게 브런치 조회수란?

 '발행글 37개. 구독자 64명. 좋아요 수 평균 20여 개'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올리고 있는 이곳, 나의 브런치에 대한 현재까지의 정량적인 결과다. 나는 숫자로 모든 걸 설명하려 하거나, 숫자로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다.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한 번도 나의 소박하고, 소소한 숫자로 감정이 상하거나, 요동치지 않았다.  


 그러던 내게, 몇 주간 '나만의 떠들썩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가끔씩 울리는 에메랄드 녹색의 알람 표시를 클릭해보니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조회수가 5000을 돌파했습니다’


5000을 시작으로 몇 시간 간격으로 숫자는 쭉쭉 올라갔다. 두 자릿수를 단아하게 채워오던 내 공간에 이 무슨 화려한 숫자란 말인가.  입꼬리는 씰룩거렸고, 심장은 쿵쾅쿵쾅 서둘러 뛰어갔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말만 그럴 뿐, 꽤나 요동치는 사람이다.


 ‘어디에 노출된 거지? 어디지? 찾아서 뭐해..’

갈팡질팡 하는 머리를 뒤로 한 채, 손은 브런치 작가들의 글이 잘 노출된다는 daum 메인, 카카오 메인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아싸! 캡처' 그날 그 글은 10,000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날 나는 브런치의 알람을, 유독 반짝이던 알람 표시 파란 점을 얼마나 많이 눌렀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7월 셋째 주. 또 하나 글을 올렸다.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있는 요즘, 한 번은 꼭 재택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때마침 영감이 떠올라 글을 써 내려갔다.

'발행'

이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지난주의 조회수는 우연의 일치일 거라 믿었다. 글을 올리고 하루가 지났다. 간간히 눌러오는 좋아요만 있을 뿐이었다. 고요했던 하루를 지나, 다음 날 브런치의 알람이 또 내게,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숫자를 또 한 번 소환했다.


‘조회수가 8000을 돌파했습니다’

2주 연속? 이럴 수 있는 건가? 이 글이 어디에 노출되었는지 찾을 수 없었지만, 8천을 기록하며 화려한 숫자를 마감했다. 쿵쾅쿵쾅.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저만치에서 비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 에이 설마, 근데 혹시 하는 마음에 세 번째 글을 올렸다.

‘조회수가 7000을 돌파했습니다’

이게 정말 무슨 일인가 싶었다. 1만, 8천, 7천. 3주 연속이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닿았다. 


  올라가는 조회수는 오묘했다. 진짜 인기 작가님들에게 이 숫자가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소소하던 내 브런치에 3주 연속으로 기록하는 이 숫자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37, 64, 20, 7000, 8000, 10000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가 문득, 간극이 큰 이 숫자들을 쭉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뭉실뭉실 밀려왔다. 숫자에 연연하며, 일희일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욕심이, 의심이 한가득 차 있었다.


‘이게 그 일종의 어그로 같은 건가?’

‘제목이랑 내용이 검색어에 잘 걸리나?’

‘조회수에 비해 좋아요 수가 적잖아? 공감이 안 가나..?’

'왜 구독은 안 해주지?"

'3주 연속이나... 그럼 다음 글도 조회수 많이 나오려면..?'



책을 위한 글, 글을 위한 글, 과시하기 위한 글, 멋 부리기 위한 글은 욕구를 벗어난 것들이다. 다 부질없음을 배불리 먹고 나면 후회할 것을 나는 잘 안다. 느리더라도, 고만고만하더라도, 그을 쓰기로 한 그 첫 다짐을 기억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 아가다 보면 나는 나에게 좀 더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

                                                                           스테르담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중에서

 글을 꾸준히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일에 치여, 육아에 치여, 문득 나를 잊고 산 건 아닌가 싶어질 때 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내가 처음 받았던 상도 글쓰기였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라디오에 사연을 적어 보냈었다. 그랬던 나를 위해, 아무리 바쁘더라도 글을 쓰자고 다짐했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몇 주간 붕붕 들떠서 생각만 가득했던 나, 다시 글을 써본다. 다 부질없는 숫자이고, 의식하는 순간 또 나는 나를 외면하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나를 위한 글을 써보기로 다짐한다.

 

나에게 있어 높디높아 보였던 브런치 조회수란, 그저 이렇게 내 생각을 적을 수 있는 하나의 글감이었으리라.   

+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한 가지 나의 브런치 숫자들을 보며 기분 좋은 의식을 하리라 생각한 숫자가 있다. 바로 "발행글 수" 현재 37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부지런을 떨면서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 나가보련다. 그러다 보면 조회수, 구독자, 좋아요 수의 숫자에 초연해지고, 자랑스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글을 마치며, 나는 한걸음 더 나갔음을 뿌듯해한다.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다. 한 번에 채우려는 건 욕심이고 오만이다. 다만 그것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는 걸 알아채야 한다.
                                                                            스테르담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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