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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Sep 26. 2021

오늘, 만년필처럼

글 쓰는 삶을 살고픈 자의 이야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노트를 펼치고 글을 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왜 만년필을 손에 잡는지 물어본다.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수백 번이고 되물어 온, 내 안의 질문이다.


사실 그 전에는

더 거친 질문들이 오갔다.

‘왜 사는 것인가? 오늘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진짜 살고 싶은 인생이 이것인가?’

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에서

왜 글을 쓰는지 묻는 나에게

매일 괜찮은 답을 찾아 글을 쓴다.


나와 같은 고민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뭐든 쓰다 보면

 근사한 답이 하나씩 발견된다.


-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

진짜 나와의 대화를 위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매일 똑같은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


일요일 아침. 글 쓰기 전

텅 빈 만년필에 잉크를 한가득 채웠다.

묵직한 만년필로 어제를, 오늘을 써 내려간다.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채워가다 보니,

금세 만년필이 가벼워진다.


만년필이 잉크를 채우고 비우며,

나도 하루를 채우고 비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 어떤 까만 잉크가 채워져도

비워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

펜을 들며, 잉크를 채우며

어김없이 왜 글을 쓰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잘 모르겠다. 지금껏 써 오고 생각해온

거창한 말보다는


사각사각 만년필의 소리로,

채우고 비우는 순리로

그 답을 대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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