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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Nov 28. 2021

현대적, 전통적 그리고 이국적인 서촌

런던 베이글 뮤지엄, 요시고 사진전

 서촌이라는 이름이 주는 목가적인 느낌이 있다. 그게 또 서울 한복판에 있어서일까. 고층 빌딩과 장엄한 산이라는 대비적인 프레임은 서촌이라는 공간을 더 관념적으로 만들어 주는 듯하다.


오랜만에 현실을 내려놓고 서촌을 방문했다. (나에게 현실은 직장이고, 육아이니, 내려놓음은 간단하고 거창하게 말하자면 평일 연차인 것이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지만, 늘 남쪽의 풍경에 익숙한 내가 북쪽으로 향한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든다.


요즘 이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서촌의 풍경에는 ‘이국적인’ 프레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요시고 사진전. 서툴게 담아본 프레임과 떠오르는 단상을 기록해본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월요일 오전 10시 2분.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매장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주변이 북적거린다.

‘LONDON BAGEL MUSEUM’이라는 간판과 베트남 식당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동서양의 만남이 어색 한듯 조화롭다.


 포장을 위해 들어선 매장. 각종 베이글이 런던의 한 박물관에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가게 이름을 이루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 단어들이 정직하고 충실하게 곳곳에 박혀 있다.

 한 번도 런던에 가보지 않았기에, 상징적으로 런던을 떠올릴 수 있는 ‘국기, 여왕, 다이애나비, 심지어 해리포터에 등장할 법한 부엉이’가 더 런던스럽게, 영국에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거기에 먹기엔 너무 아름다운 윤기가 나는, 일정한 크기로 잘 정렬된 다양한 맛의 베이글과 크림치즈를 보고 있노라면, 맛을 보기 전 이 베이글 뮤지엄의 티켓 값을 선뜻 낼 수도 있겠다 싶다.


 맛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프레임을 선사한다 해도 음식점의 본질은 맛이다. 본질이 허술하면 절대로 핫플이 될 수 없고, 웨이팅의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법. 여긴 갈수록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관대함이 늘어나고 있으니…


서촌의 한가운데, 이국적인, 영국적인 프레 임안에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쫄깃한 베이글이 신기하리만큼 매력적이다.





요시고 사진전 : 따뜻한 휴일의 기록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

그가 마이애미, 부다페스트, 두바이 등을 여행하며 담았던 건축, 풍경 등을 담은 사진을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서 관람할 수 있다. (22년 3월 1일까지)


사진전의 주제가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다. 휴일의 기록이라는 말 만으로도 그 따뜻함이 초과됐을 것이다. 근데 그 기록이 마이애미, 부다페스트… 귀하디 귀한 해외에서의 기록이라니…

 지금을 참고, 견디는 많은 이들에게 넘치는 공감, 인기를 얻는게 당연하다 싶다. 이 부럽고도 그리운 사진기록을 보기 위해서는 평일 오픈 시간임에도 입장을 위한 기다림은 필수다.


 요시고의 사진은 꽤 균형적이다.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하는 건물이나 풍경을 프레임 안에 안정적이고 정갈하게 가두었다. 그 균형이 더 대단해 보인 이유는 그 중심 축이 ‘빛’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새롭고, 누군가에겐 같은 풍경일 수 있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빛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담아낸 수많은 사진들. 그렇게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균형과 색감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사진을 보는 내내,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곳은 서촌이다. 서촌이다’ 서촌에서 만나는 풍경임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른 나라로의 여행, 이색적인 건물에 대한 그리움이 괜한 서글픔, 우울로 빠지지 않기 위한 작은 발악이었다.


 그저 사진전을 보는 내내, 지금 내가 누리는 휴일은 서촌이라는 큰 프레임 안에 이 이색적인 풍경이 들어와 있다고 여겼다. 오늘 서촌에서의 휴일은 그래서 더 충분히 행복했다.


전시회 중 두바이 공간에는 이렇게 모래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서촌에서 두바이를 닮은 모래를 밟고 있었다.




자유롭게 떠날 수 없고, 직접 공기를 느끼지 못함에 서글펐다. 하지만 이 친숙한 공간에서 작은 소품들로, 음식으로, 사진으로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기에 위로 받은 시간.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거기에 이국적임을 더한

2021 11 어느  서촌의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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