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들이 있다.
식지 않는 열정.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지고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 나가는 사람들.
함께 일했던 편집장님은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일에 있어 사명감을 느낀다.
또,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매일 8시에 출근해 사무실에 앉아 있었고,
듣기만 해도 숨이 옥죄여 오는 살벌한 스케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이어나갔다.
일을 배우고 정신없이 허덕이던 지난 6개월 간의 인턴시절.
어쩌면 나도 편집장님과 같은 꿈과 열망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비전을 실현하는 사람으로
같은 길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 일이 진정 내 일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매번 대답하기 어려웠다.
편집장님과 일을 하면서, 또는 사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어떻게 하면 매번 그렇게 지치지 않고 이 많은 양의 일을 해낼 수 있나요?"
내가 본 편집장님은 그랬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 관리도 착실하게 해내고, 주변의 인맥도 알뜰살뜰하게 보살폈다. 일에 있어서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의 일을 해내면서도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몇 수 앞을 내다보고 계신 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비전은 물론, 무엇보다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체력이 부러웠다.
간절한 마음과 철저한 계획이 있더라도 그걸 버텨낼 정신력과 체력이 부족하면 실현하기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알 것이다. 앞선 내 질문에 편집장님은 단순 명쾌하게 대답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
남자친구와 그런 얘기를 자주 나눈다. 나이가 들어도 순수한 열정만큼은 잃어버리지 말자고.
사람들이 열정이 없어서 현실과 타협하고 빛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사례를 많이 봤다.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걸 매번 토로하면서 그 불행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힘들어하는 사람. 나도 습관적으로 그럴 때가 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붙잡고 그 일을 해야 하는 변명을 찾아 기어코 채워낸다. 그렇게 자신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지금의 현실을 불행이라 둘러댄다.
하지만 갑갑한 불행을 견뎌내는 길은 결국, 내 삶에 대한 열정에서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낯설고 놀라운 삶으로 나를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잃어버리지 말자 일컬었던 나의 꿈, 순수한 열정은 무엇이었는가.
편집장님의 말처럼. 내가 진짜로 원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또 해내기 위해
열정을 쏟아붓다 보면 자신의 삶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은 좀 더 일찍 눈을 떠볼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진짜 제대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렵고 두렵더라도, 부딪히고 공부하고 싶어진다.
지켜내고 싶은 일이 생기고,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생겼다.
진짜 사랑하는 일을 할 때, 우리는 모든 걸 지켜낼 수 있다.
그래. 마지못해 애써 하는 일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일을 온 마음 다해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