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2016년 현재

by 정은영

이렇게 많이 오리라곤 예상 못했다

사오월에도 한두 차례 이벤트처럼 눈이

내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무자비할 수가..


찬란했던 봄은 세상을 이 잔인한 폭군에게

송두리째 내어주고 어디에 숨어있는지..


키 작은 팬지에서 물오른 튤립의

탱탱한 얼굴들...

새색시 모양 지금 얼굴 붉히며 세상에 나온

라일락까지..


아~ 다시 사로잡힌 포로가 되어

차가운 눈으로 겹겹이 포박되어 짓눌리고

그 무게에 널브러져 있는 가엾은 꽃들..


처마마다 날카로운 얼음송곳으로 살벌하고

하늘마저 가리려 드는 대기는 희뿌옇다


몇 달 전 겨울로 다시 돌아가 풀 한 포기

허용하지 않는 두터운눈으로 덮여있는

대지는 참담하여 잠잠하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돌아올 수 있을지..


부리를 비비며 사랑을 나누던 비둘기 연인과

지천이던 들판에 초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지금은..

잠잠해야만 할 때다


조용히 이불 뒤집어쓰고

기다려야만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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