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이 오리라곤 예상 못했다
사오월에도 한두 차례 이벤트처럼 눈이
내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무자비할 수가..
찬란했던 봄은 세상을 이 잔인한 폭군에게
송두리째 내어주고 어디에 숨어있는지..
키 작은 팬지에서 물오른 튤립의
탱탱한 얼굴들...
새색시 모양 지금 얼굴 붉히며 세상에 나온
라일락까지..
아~ 다시 사로잡힌 포로가 되어
차가운 눈으로 겹겹이 포박되어 짓눌리고
그 무게에 널브러져 있는 가엾은 꽃들..
처마마다 날카로운 얼음송곳으로 살벌하고
하늘마저 가리려 드는 대기는 희뿌옇다
몇 달 전 겨울로 다시 돌아가 풀 한 포기
허용하지 않는 두터운눈으로 덮여있는
대지는 참담하여 잠잠하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돌아올 수 있을지..
부리를 비비며 사랑을 나누던 비둘기 연인과
지천이던 들판에 초록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지금은..
잠잠해야만 할 때다
조용히 이불 뒤집어쓰고
기다려야만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