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두드리는 망치소리에 잠이 깨었다
눈감고 누워있어도 누구인 줄 알겠다
봄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우리 집 지붕 어디쯤을 공략하는 짐념에 딱따구리...
찬란한 아침 햇살이 창가를 가린 블라인드 틈 사이로
잘 조준된 명사수처럼 사격되어
가구와 벽에 스포트 라이트로 비치는
화창한 봄날이다
2020년 새해들어 1월 중순부터 스멀스멀 들려오던
중국발 바이러스 소식들에 경악하기도 전에 쓰나미처럼
지구촌 전체가 무너진 난리통...
월드뉴스가
오직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것들만 쏟아내고
감염자들과 사망자들에 관한 통계와 그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들로 남아 있는 온전한 사람까지도
두려움으로 시름시름 앓으며
어둠에 터널을 지나고 있을때
딱따구리가 긴 부리로 제 집 장만 탐색을 하기 위해 두들겨대는 바람에 벽에 구멍이나 생기진 않을까.. 염려하던 지난 봄날들에 조바심이 아닌 반가움으로
창문을 활짝 열고 창백하고 우울한 내 마음에 햇살 가득 투여해본다
쉴 새 없이 지절 대는 새소리와
수선화 튤립 꽃망울이
터져나도록 화단 가득 채워진 뒤뜰에서
로빈이 콩콩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긴 세월 방주안 노아에게 올리브 잎을 전한 비둘기처럼
벽을 두드리는 부지런한 이 새로 인해
눈부시게 화사한 봄날을 맞이한다
이 강력한 생명에 기운으로
세상을 점령한 흉측한 바이러스도
사그라들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