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대기를 덮고 있던 축축한 안개비가 걷히고 나니..
극무대의 세팅이 바뀌고 곧바로 2막이 시작되는 듯..
여름은 걷히고 가을이 눈앞에 펼쳐져있다
아직 머릿속 여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어정쩡한
내 몸에 인식 기능들이 갑자기 서늘한 가을 기온에 좌충우돌하면서.. 갈대에 속삭임을
전해 듣는다
여름 내내 건강한 팔을 드러냈던
시원한 여름옷들이
여전히 옷장에 걸려있고...
한여름에 갈증 난 잔디와 꽃들에게
시원한 물을 뿜어 댔던 스프링클러가
미처 작동을 바꾸지 못한 채
입력된 시간에 맞춰 물줄기를 쏟아내어
더 추워 보이는 빠르게 당도한 가을....
푸르른 여름 나무들이 언제 가을에게
마음을 내주고
노랗고 붉은 옷들로 바꾸어 입었는지..
색색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초가을 나무들의 공연
다 이룬 풍성한 수확을 아낌없이 내주는
성숙함..
겨울에 모진 추위에 기꺼이 순응하려는
빈 가지에 숨결이 느껴지는 늦가을에
그 스잔함까지...
다양한 가을에 얼굴들을 나 역시 좋아하지만...
벌써 가을이라니..
저 멀리 가을 말미에서 기다리는 겨울이 보이고
한해에 끝을 보게 되는 중년에 나이엔..
마음 다 드러내 놓고 반길 수만은 없는
이른 가을이다..
세 월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