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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상

나이듬이란...

by 정은영

누가 그랬니..

나이듬이 좋다고..

젊은 시절 격정의 감정들이 평온해지고..

마음과 정신세계가 안정적이고..

적당히 포기할 수 있는 여유와 성숙함이 나쁘지 않아서리라



하지만 세월을 타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젊지 않은 몸은 낡은 기계처럼 삐그덕거려

예상치 못하고 마주한 큰 절벽 앞인 듯 당황스럽게 한다

오래 썼으니 닮고 망가짐이 당연한 일인데.. 마음 준비를 연습했어야 했다


내 몸에 다양한 기관들과 세포들과 장기들이 멀리 서라도 젊음이라는 열정 같은 걸 바라보며 걸었는데..

조금씩 뒤쳐지더니 간격이 벌어지고

더 이상 그것들이 안 보이는 시점에 이르러 전혀 다른 개체가 되어버린 듯 늙어버렸다

그 시기가 지금에 내 나이임을..

그래도

잇몸에 염증이 있어 이가 흔들리고..

당 수치가 높아지고..

뼈도 조심해야 유지가 되고..

쉽게 피곤해지는 …이 모든 일들이

어떻게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몰려온단 말인가..ㅜㅜ

어제까지 난 생기 발랄한 아이처럼 깔깔대고 여행을 계획하고 천년만년 살려는 의지로 결연하기까지 했었는데..

기분 탓인가 눈까지 침침하고 온몸에 힘이 빠진 백발노인이라도 된 듯

난 더 이상 젊지 않아 슬프다

몸이 둔해져

춤을 추거나 달리지도 못하고

악보를 읽고 노래하지도 못하고 성경책을 읽을 수도 없다

촉촉하고 상기된 젊은이들에 붉은 뺨처럼 싱그럽고 싶다

어리석은 실수로 속상해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조차 아름답다..


칙칙한 피부에 나있는 선명한 검은 반점처럼 확정되어진 사고로 고집스러운 노인들이 이쁘지 않다

그래서 난 나이듬이 기쁘지 않다..

나 역시 그런 노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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