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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긋한 Dec 08. 2020

서바이벌 게임을 방불케 하는 미국생활 1년차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

공항에서 눈물바람으로 친정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비행기에 오른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사이 시간은 잘도 흘러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 곳에서 일상을 보낸 지 일 년 그러니까 열 손가락을 모두 접었다가 두 손가락을 다시 펼쳐 보여야 하는 열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 나라에서 코로나를 겪어내고 있어도 긴장과 불안 그리고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겠지만, 아시아인의 비율이 적은 이름도 생소한 이 곳에서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보낸 일 년은 매일이 외줄 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마트에 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경멸 섞인 말을 듣기도 하고, 늘 가던 마트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난 뉴스를 보면 외국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즐거운 날은 바라지도 않을 테니 무사하기만 해달라고 밤마다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는 거창한 이유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애써 외면하고 씩씩한 척했는데 지는 노을만 봐도 친정 부모님이 그리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아이들이 미열이라도 나면 내 이마를 짚어주던 엄마가 그리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외국 생활을 시작한 건가 하고 자책하는 날도 없지 않았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어린이집 등원 대신 집에서 같이 놀고 먹이고 돌보겠다고 선택한 사람이 나였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나를 미처 돌볼 시간이 없어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진을 빼고 나면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다. 조금만 지나면 괜찮겠지하며 하루 하루를 버텼지만 마음이 지치자 아이들에게 화와 짜증부터 내는 내 모습은 점점 엄마로서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어릴 적 언니와 컴보이로 하던 슈퍼마리오는 독을 품은 버섯에 몸이 조금이라도 스치면 목숨을 잃고, 화면에서 사라졌다. 현실 세계에서 나는 마치 슈퍼마리오 처럼 버섯에 몸이 조금만 닿아도 일상이 와르르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겨우 한 걸음 내딛어 독버섯을 건너뛰고 나면, 그다음엔 거북이가 나타나서 공격을 하고, 거북이를 물리치고 흥에 겨워 신나게 뛰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숨어있었던 꽃이 얼굴을 들이밀고 나와 치명적인 불꽃을 뿜어내어 불안속을 걷는 그야말로 긴장을 한시도 늦추지 못하는 서바이벌 게임 같은 일 년이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경험치가 조금씩 쌓이면서 자기만의 필살기가 생기듯 변수가 가득하고 어쩌면 위태롭기까지한 타지 생활 속에서도 나를 지켜내는 방법을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내고 발견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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