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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차에 접어든 스파르타 가계 살림 운영

by 향긋한

인간은 필수품이 부족해 굶주리기보다는

종종 사치품에 굶주리는 지경에 이른다.

-생활의 경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스파르타 가계 덕분에

잔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2월.


문득 ’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게 왜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하나씩 적어 내려가 보았다.




1. 명확해진 삶의 기준, 그리고 단순한 일상



미국에 Five Below라는 상점이 있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다이소와 비슷한 곳인데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5 이하.



처음 우리가 이곳을 발견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30분 넘는 시간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경하느라 바빴던 우리.

게다가 우리 집에서

운전 3분 거리라

사탕이나 젤리

간식을 사러 자주 갔었다.


아이들은 일주일 용돈 $5으로

사고 싶은 장난감을 사기도 했다.

오래 가지고 놀지도 못할

질 낮은 장난감은

금방 잘 부러졌다.

그래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장난감도 적지 않았다.

(아.. 이게 뭔 돈 낭비란 말인가)


이번 달부터는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할 때

혹은 내가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만 간다’라는

원칙을 정했다.


이미 3번 넘게

가자고 조른 둘째.

만일,

원칙이 없었다면

둘째가 조를 때마다

‘그래, 그거 얼마 한다고 ‘라며

아이들을 수많은 장난감과 물건에 노출시켜

아이들의 ’ 견물생심‘심리를 자극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충동구매를 장려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나중에’와 같이

모호한 시간을 약속하면

아이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엄마라고 생각한다.


혹은 ‘절대 안 가’와 같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오히려 더 가고 싶게 만들 뿐..


반면,

한 달 기준 최소 1회

’ 2월 29일‘과 같이

구체적인 날짜를 약속하면

달력을 보면서

아이들도 더 잘 기다릴 수 있다는

것도 덤으로 배웠다.




2. 이 시대의 촌철살인 정신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보기만 해도 사랑이 가득하고

마음이 따스해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를 보면 볼수록

나도 저 ’ 스타** 냄비‘ 사고 싶다,

’ 나무 도마‘ 사고 싶다,

’ 침구’도 사고 싶다, 등등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집에 무쇠냄비 하나 없으니

스타** 냄비를 갖고 싶다는 건

정당해 보이고

큰 나무 도마는 있지만

미니 사이즈는 없으니

그것마저 필요해 보인다.

식탁도 여기저기 스크래치가 많아져서

이제 바꿀 때쯤 됐다는 생각까지.



욕구가 필요처럼 변장하고 있을 때에도

스파르타 가계 앞에서는 얄짤 없다는 사실.



무거운 걸 싫어해서

작은 텀블러도

가방에 안 넣고 다니는 나란 사람.

돌이켜 보니...

몇 해전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서

무쇠 프라이팬 1개와 무쇠 작은 냄비 2개를 받았었는데

너무 무거워서 사용하질 않아

처분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무거운 건 사용하지 않는 ‘사람! 이란 걸

깜빡 잊었다.



냄비의 본질은 ‘요리’

이 중대한 임무를 5년째

잘 수행하고 있는

냄비가

집에 2개나 있다는 사실!

심지어 유튜브를 보기 전까지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고요?!



큰 도마든, 작은 도마든

도마의 본질은

재료를 다듬는 도구.

이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사용하고 있는 도마는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식탁의 본질은 뭘까?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곳.

식탁의 본질을

인테리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식탁이란

우리 가족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식탁은 아주 훌륭히

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잡지에서 나오는 화려한 부엌만 있으면

더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부엌이라는 공간의 ‘본질’은

가족을 위해 소박한 ‘한 끼’를 만드는 것.




3.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이제 떠나버린 불안감

나의 불안도 제 행복을 찾아 떠나갔다~ 잘 가시게


고작 ’ 스파르타‘ 가계 실험 3주 차에

감히 말하자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 앞으로 얼마나 돈이 많이 필요할까 ‘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상당히 없어졌다.



’ 필요하다’고 느꼈던 돈들은

‘이것쯤이야’라고 하며

좀 더 고심해보지 않고

썼던 돈들이 절반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남들도 이 정도는 시키니까’라며

남들 따라 했왔던 것들도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장 큰 수확은

단 1원이라도

돈을 쓰기 전에 먼저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디어가 모여있는

유튜브에 검색해 본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굳이 구매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만든다.



가계부를 펼쳐 살펴보자.

‘당연하게 생각’ 해왔던 소비 중에서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골라보자.

한 번 시작하면

불필요한 군살들이 쏙 빠진

기분 좋은 날씬한 삶이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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