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않고 만들어 보려는 시도
설날 행사로 아이들과 함께
윷놀이를 해볼 계획이었다.
아마존에서 윷놀이를 샀다는
다른 반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아마존에서 사야겠어요!”하고
집에 오자마자 부리나케 아마존에 접속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
한국에서 건너온 윷놀이가
이 정도 가격이면 살만하다고 느꼈다.
합리적인 가격에 감탄하려던 찰나
머릿속을 스쳐간 것은
지금
나는
’스파르타 가계운영중‘이라는 깨달음.
단순히 절약 중이라면
낮은 가격순으로 보여달라는
필터 하나만 추가하면 되지만
‘스파르타’라고 함은
필요한지 아닌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해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 아니라면
굳이 구매하지 않고
굳이 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물건이 가장 저렴할까?’라는 질문 대신
‘어떻게 하면 사지 않고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꿔 보았다.
유튜브에 접속해서
‘윷놀이 만들기’라고 검색하자
다 쓴 휴지심으로 윷을 만드는 영상이 있었다.
’지금 있는 것으로 뭐든 한다‘는 생각은
제 삶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에요.
옷이나 전자제품에 대한 생각도 그렇지만,
현 상황에서 무엇을 더 보태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이 안에서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는 거죠
’-책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중
마침 아이들 만들기 재료로 빼둔
휴지심 한 개가 있었고,
다 써가는 휴지에서 휴지심 하나를 더 뺐다.
내가 경험해 본 윷은 나무로 만들어져
던질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나는 윷이라
종이 윷이 과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
의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아이들이 재미있어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휴지심을 반으로 자르고
흰색종이로 감싼 후
테이프를 붙여 고정시켰다.
그렇게 윷 4개를 만든 후에
학교에서 윷놀이를 한 번 해본 둘째가
윷 무늬를 그려주었다.
그다음엔 윷놀이판을 찾을 차례.
인터넷에서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윷놀이판을 찾아
인쇄했다.
윷 말은 집에 있는 레고로
빨간색 레고 4개, 노란색 레고 4개를 챙겼다.
설날 행사 당일,
아이들 중 어느 누구도
“왜 종이로 만든 윷이에요?”
“윷 모양이 이상한데요?”
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저 ’윷놀이‘라는
재미에 푹 빠져
몇 번이고 더 하자고 졸랐다.
’가장 저렴한 걸로 찾아보자‘라는 질문 대신
’돈을 쓰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자 굳이 사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윷놀이 행사가 끝난 후에도
집에서 몇 번이고
아이들과 윷놀이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왜 나무가 아니라 종이 윷인지 묻지 않았다.
그저 ’놀이‘라는 본질을 즐기기에 바빴다.
’어떻게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사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한 번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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