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와이파이가 없어요”
노와이 파이 존으로 이사하다
온전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아날로그 라이프로 살아보기로 결심했어요.
선택이 아닌 결심이 필요했던 이유는
언제나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와이파이가 있는 일상생활이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핸드폰을 찾아
밤사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연락 온 것이 있는지
카톡으로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친구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인스타 스토리로 안부를 확인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어떤 재미난 영상이 업로드되었는지
스크롤바를 내리며 눈으로 빠르게 쭈욱 훑어보는 게 아침 일과.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출근을 하면,
국을 데우는 동안 부엌 한편에 있는 컴퓨터에서 재즈 음악을 켜고
온 집안을 음악으로 채우며 시작하는 하루.
아침 식사가 끝나면
식탁에 앉아 아이패드로 경제 뉴스 헤드라인을
스크롤바 하며 빠르게 훑어보고,
주식 앱에 접속하고,
네이버 카페에 방문해서
글을 읽는 게 모닝 루틴이었어요.
그런데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제까지 당연했던 일상을
오늘은 보낼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 부부는
와이파이라는 현대 사회의
최대 편의를 마다하고
굳이 와이파이가 없는
노 와이파이 홈을 만드려고 했을까요?
먼저, 중요한 일을
'고요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신랑은 이번 해에 박사논문을 끝마쳐야 해요.
학기 중에는 수업하고
일 하느라 바쁘고,
짧은 겨울 방학을 이용해 논문을 쓰려고 했지만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사파리를 켜고 검색을 하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떠올라
인터넷 미로 속을 헤매다 하루를 끝내는 것 같다고 했어요.
한 가지의 일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뿐만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가 끝나면,
방에서 논문을 작성하려고 해도
기분전환 겸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이내 늦은 밤 시간이 되었죠.
분명 시간을 절약하고
유용함을 가져다주는 컴퓨터와 인터넷 검색 기능이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세상에 로그인한 채로 생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광고와
재미거리를 소비하느라 제대로 시간을 통제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신랑의 논문 작성을 위해서 와이파이가 없는 집’을 만들겠다는 일명
‘노와이 파이 홈 프로젝트’를 거행하기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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