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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생 학생 Jan 26. 2024

무기력 구름이 몽글몽글 피어 나올 때

홍수 주의보에 대처하는 자세

남편의 박사학위 졸업을 위해서 인터넷을 해지하기로 했었더랬다. 우리의 암묵적인 약속이기도 했는데,  일과 논문 연구를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남편의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주변에서는 ‘논문을 쓰려면 인터넷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지만, 논문 이외의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인터넷을 싹둑 잘라내야만 했던 것. 삶이 아닌 부수적인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숲 속의 오두막으로 들어간 소로의 선택처럼 논문 연구에 필요하지 않은 부수적인 (유튜브, 인터넷 검색) 것들을 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소로도 숲 속의 생활 끝에 다시 도시로 돌아갔듯 우리에게도 신랑의 박사 졸업의 날이 찾아왔다. 박사 졸업도 했으니 아이들의 교육 자료를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2주 전부터 우리 집은 24시간, 언제든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도 언제든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이 달리자마자 나는 심하게 무기력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궁금증이 생겨도 핸드폰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지루하다 싶으면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켜서 재밌는 콘텐츠를 찾아다녔다. 조금 보다 지루하면 다시 끄고, 또 켰다 끄길 반복하는 하루. 혼란스러웠다. 하나만 클릭하면 내가 좋아할 거라며 줄지어져 따라 나오는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다른 정보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태평양 한가운데에 쓰레기더미와 함께 어디론가 떠내려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삶에서 원하는 건 대체 뭘까? 나는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그러자 내가 말했다. ‘깨어 있는 삶’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는 삶. 매일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는 삶. 세상에 떠밀려가며 흘러가는 것만 관망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내 하루의 중심이 나로부터 시작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내가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데 소비하자. 자연을 좇아 하루하루 깨어 있는 신중한 삶을 살자. 그리고 인생의 철로 위로 떨어지는 호두 껍데기나 모기 날개 같은 사소한 일들 때문에 철로를 이탈하지 말자. 일찍 일어나 마음의 평정을 갖고 정진하자.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중에서-




하루하루를 기록하면서 내게 주어지는 오늘 하루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주인의식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하루에서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나’로 성장하기 위해, 매일 작은 1%를 개선하려는 기록을 하고, 내가 삶에서 원하는 방향에 맞춰 내 시간을 잘 정돈해서 바지런히 사용하는 것. 하루의 통제권을 다시 내 손으로 가져오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고 해도 괜찮다. 매일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상을 가꾸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지 않는 잡초들은 하나둘씩 없어지고  내가 원하는 꽃만 남아있을 테니까.



#정보홍수

#디지털디톡스

#데이비드소로

#월든

#미니멀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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