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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생 학생 Jan 27. 2024

내가 모임에서 기 빨린 이유

1:1이 좋아



지금보다 만나는 횟수를 줄여도 중요하고 내실 있는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데이비드 헨리 소로, 월든 ’ 고독‘ 중에서-


“어제 모임 어땠어?”

“음... 뭐.. 그냥 그랬지 뭐 “


비정기 모임, 친구의 건강 회복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아이들은 모두 남편들에게 맡기고, 저녁 7시 친구 집 근처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 친구가 라이드를 해주겠다고 해서 모처럼 칵테일도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 마음도 한껏 부풀어 있었다. 친구랑 조금 일찍 식당에 도착해서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고 있으니 어느덧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각자 먹고 싶은 음식 주문하고 우리도 여느 다른 테이블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수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들 아이들 없이 오랜만에 외출이라 들떠 보였다. 우리 테이블만큼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나도 친구들이 웃는 타이밍에 박자 맞춰 잘 웃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내 동공은 초점을 잃어갔다. (미리 밝혀두자면, 칵테일을 마셨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대화 주제가 여기에서 저기로 튀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6명이 둘러앉아 각자 자기 할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애써 웃고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 한껏 가득 실어 왔던 마음은 이미 동이 나있었다. 전혀 즐겁지 않았다. 오늘의 자리는 친구의 회복을 기념하는 자리였는데, 여섯 명이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한 두 명 친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는 나에게 ‘언제나 삶에 대한 심각한 주제만 이야기할 수는 없잖아’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아... 기 빨리고 있어... 난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 비싼 돈 주고, 이 소중한 시간에...’라는 말이 혹시라도 실수로 튀어나올까 봐 꾹 삼켰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친구들의 모임에 애써 참석해서 사서 고생한다 생각할까 일러두자면 그 친구들 한 명 한 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는 걸 밝혀두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모임이 소모적이라고 느낀 걸까? 단순히 친구들과 아이들 없이 저녁 식사를 하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을 좋아한다. 홈스쿨 커뮤니티에서 한 달에 한 번 개최하는 Mom's night out(아이들 없이 엄마들끼리 저녁을 먹는 모임)에도 최대한 참석하려고 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과 같고 나에겐 신비로운 경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미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일 경우, 특별한 축하를 목적으로 한 (가령, 친구의 34번째 생일파티) 모임이 아니라면 1:1의 만남이 훨씬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느낀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친구의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세상의 가십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해 두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감사하게도 이 모임을 통해서 나는 내가 원하는 미니멀한 만남의 원칙에 대해 세울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니라면 모임은 가급적 피하자는 것.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제외하면, 4명 이상의 그룹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미니멀 원칙을 세웠다.



+ 미니멀 만남 원칙: 친구와의 만남은 1:1이 좋다. 친구 생일 파티가 아니라면, 여러 명의 저녁 약속(4명 이상)은 최소화하고, 가지 않는다.




#미니멀관계

#미니멀인간관계

#기빨리는관계

#기충전하는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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