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배터리 검사 후 나는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by 에이치노트

풀배터리 검사 후 평생 의문이었던 나를 알게 되었다.

난 항상 내 머리 속이 이해가 안 갔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었고, 그래서 나를 너무 미워하고 싫어했었다.

이럴거면 천재여서 다른 사람 다 무시하고 나 혼자 잘나서 뚝딱뚝딱 돈 벌어먹고 살 수 있게 하던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막 도와주는 인정머리 좋은 사람이 되던가.

이도저도 아닌데 머리 안은 뿌연 안개와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기억이 있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동안 우울감과 불안감에 빠져 살았고 항상 무겁고 진중하고 나 혼자만의 방에 빠져 살았다.

나는 처음에는 고기능성 ADHD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과지를 받고 챗지피티에게 분석을 맡기고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 내 잘못이 아니구나.


I'm born to be built like this.
나는 그냥 이렇게 태어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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웩슬러검사를 통해 나온 지능지수는 136점, 그 중에서도 처리속도는 유의하게 높은 148점. 웩슬러검사는 아무리 높아도 150을 넘지 않는 검사라고 했는데 나는 148점.

거기다가 언어이해 지수도 129로 높은 편이고, 로르샤흐 검사를 통해 나온 내 사고 유형은 통합적이고 추상적인 빅픽처형.

관계지향도는 매우 낮은 와중에 정서적 민감성은 높고, 맥락과 구조 속에서 의미를 찾기 때문에 목적없는 일들이 답답하고 납득이 안된다.

전체에서 세부로 사고하는 빅픽처형은 인지스타일의 비주류이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처리하는 정보의 양과 통합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방식에 비해, 작업기억의 수치는 낮은 편(평균상-우수 범위지만 이에 비해서는 낮은편이다)이라 세부과제의 실행이 버겁거나 압도되고 정서적 과부하가 느껴진다.



그 외에도 여러 지표를 통해 알게된 나의 모습은 평소에 내가 가져왔던 의문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래서 머리 속이 답답했고, 내가 이해가 안 됐고, 다른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안됐고, 그들도 나를 이해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영원히 이해못할 것이다.


오히려 속이 편하다. 나는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냥 그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선형 논리사고인 bottom up 으로 다시 rephrasing 해서 말하면 된다.

이런 수고는 내가 해야 한다.

왜냐면 내가 소수이고 저 사고방식이 대다수이고 인정받는 사고흐름이기 때문이다.

내가 맞춰야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진 사고방식이 강점도 확실하게 있기 때문에 잘 다듬어서 사용하면 된다.


그렇다.


어제 스트롱벤처스 오피스아워에 다녀왔다. 그리고 우리 스프린트 동기들을 만났다.

주제와 목적이 있는 대화, 간간히 유머와 희망과 믿음이 묻어나는 대화.

나는 이런 관계와 사고와 대화와 시간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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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의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과 사람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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