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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te Oct 26. 2018

나 쫌 먹어~ (1)

포르투, 내 인생의 붉은 혁명을 찾아서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이혼 후 떠난 여행에서 가장 먼저 중점을 둔 것은 ‘먹는 것’이었다. 그러니 책 제목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겠지. 성욕과 수면욕만큼 일회적인 것이지만 그만큼 반복적인 것이 식욕. 식욕은 체질도 있겠지만 내면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직행해 폭식을 하고, 어떤 사람은 식욕이 뚝 떨어진다. 절제된 누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먹는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실천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은...했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에 와서 나는 마음의 건강을 상실한 것일까? 왜 먹고 나서 돌아서면 또 먹고 싶지? 이건 내 내면과는 상관이 없는 걸 거야. 왜냐면, 길거리에 보이는 것이 온통 먹는 거니까!


벌레나 곤충으로 만든, 그런 기괴한 음식은 없다. 대신, 포르투갈은 ‘빵과 과자’의 나라라고 하듯, 빵과 과자로 넘쳐난다. 와인으로 넘쳐난다. 커피로도, 젤라또 아이스크림으로도, 맥주로도, 과일로도, 생선과 해산물과 감자 음식으로도! 웬만한 곳은 들어가면 모두 평균 이상이니 나는 먹지 않을 수 없다. 나홀로 먹방인 셈.

포르투갈에선 음식을 파는 곳이 대략 네 군데로 나뉘어 있다. 레스토랑에 해당하는 헤스타우란드(restaurante), 레스토랑보다 규모가 작고, 음식 및 음료를 파는 타스카(tasca, 또는 타스키냐tasquinha), 샌드위치같이 간단한 음식을 파는 스낵(snack), 커피 등의 음료와 제과류, 간단한 음식을 파는 카페(cafetaria)다. 헤스타우란트와 타스카는 보통 12시에 열어 3시까지 점심을 팔고, 7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을 가진 후 7시부터 다시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문은 10~11시 정도에 닫는다. 배낭여행객인 나는 맛있고 묵직하고 값이 좀 나가는 음식을 매끼 먹을 순 없어 적당히 분배를 하는 편이다. 아침엔 가볍게 커피와 나타(pastel de nata, 우리가 에그타르트라고 부르는 것), 점심엔 커피와 샌드위치, 저녁엔 요리 정도로. 하지만 그날 여행 일정과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아침에 브런치로 커피와 수프, 나타를 먹은 후, 오후엔 간단히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크로아상을 먹고 저녁엔 요리를 먹거나 늦은 브런치 이후 식사를 건너뛰고 저녁식사로 직행하는 때도 있다. 물론 중간에 수시로 간식 시간을 가져, 감자튀김이라든가 커피, 낮맥을 하기도 한다.


커피는 보통 0.60~1.5유로 사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끽해야 2천원인 것이다. 양도 우리나라 커피에 비하면 정말 적다. 하지만 난 이런 커피를 사랑한다. 일회용 컵으로 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고, 머그잔에다 커피를 주는데 맛도 대체로 일관되다. 카페마다 큰 기복이 없는 것이다. 따뜻한 머그잔에 입술을 대고 마시노라면, 아, 내게 지금 하루의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이 온몸의 혈류를 통해 흐를 정도다. 에너지는 이런 식으로 수시로 공급할 수 있다.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피로를 없앨 수도 있고, 우유가 적당히 든 카페오레나 카푸치노 그리고 크로아상으로 잠시나마 비워진 위를 채울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이곳에선 피가 잘 도는 것 같다. 포르투에서 본 대형 커피체인점은 스타벅스 한 곳과 코스타 한 곳인데, 스타벅스가 그렇게 파리 날리는 곳은 전 세계(많이 돌아다니진 않았지만)에서 포르투가 처음이었다.   

작은 잔에 나오는 에스프레소가 포르투갈에선 가장 일반적으로 마시는 카페(cafe)다. 리스본에서는 비카(bica)라고 부르고, 포르투에서는 심발리누(cimbalino)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은 잔에 진하게 나온 잔에 설탕을 잔뜩 넣어 마신다고 한다. 아메리카노는 아바타나두(abatanado), 작은 잔에 나온 카페에 우유를 약간 추가하면 핑가두(pingado, 우리말로 플랫화이트), 좀더 큰 잔에 우유와 커피를 담은 건 메이아 드 레이트(meia de leite, 우리말로 카페라떼), 높이가 좀 있는 유리잔에 우유의 비율을 더 높게 한 갈랑(galao)이다. 갈랑은 주로 모닝커피용이다. 양으로 치면 ‘톨’, ‘그랑데’, ‘벤티’는 상상할 수도 없다. ‘쇼트’보다도 더 적은 양. 텀블러 들고 다니며 여기에 커피 넣어주세요, 라는 것도 없고, 테이크아웃도 없다. 바쁘면 거기 서서 커피를 입에 툭 털어 넣고 가면 된다. 또 마시고 싶으면 어떡하냐고? 그러면 한집 건너 카페니까 몇 걸음 더 가서 또 입에 툭 털어 넣으면 된다.


또 한 가지는, 커피와 아이스는 기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여 아이스커피는 팔지 않는다는 것. 따뜻하게 데운 작은 잔에, 식기 전에 마시라고 이만큼의 양을 마시나보다. 때론 양에 차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지만,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으니 난 이 정도의 양을 사랑한다.

어제는 Nata Lisboa라는 체인점에서 나타를 먹어보았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나타 중에서 최고였다. 입안으로 들어갈 때 머쉬멜론보다도 부드러운 커스타드가 혀를 애무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혀끝에선 구수한 맛으로 시작하여 혀의 중간에선 달콤한 맛으로 변하더니, 목구멍의 터널을 지날 땐 부드럽고 진한 맛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리스본에 가면 어쩌려고 여기서부터 이토록 맛있는 나타를 선보이는 것인가.       


아직 한 번도 포르투갈 말로 주문을 해본 적은 없다. 내가 ‘오블리가다’(‘고맙습니다’의 포르투갈어)로 말해도, “You're welcome”이라고 답이 돌아오니 쑥스러워 마음껏 포르투갈어를, 아니 내가 아는 포르투갈 ‘단어’를 써먹을 수가 없다. 외국인이지만 나도 포르투갈어 배우고 싶어요. 간만에 포르투갈어 쓰면 포르투갈어로 답해주세요. 우힝. (물론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중에는 내가 아무리 영어로 말해도 포르투갈어로만 말하는 아저씨도 있지만.)     


#포르투

#포르투갈여행

#유럽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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