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왜 왔나 후회될 때

나 여기서 뭐 하고 있지?

by 밍구

친구들과 가족들과 카톡 하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뭐 하나 싶다.

여기 와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마음과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절대 친구와 가족을 멀리하고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끈끈한 관계들이 곧 그 사람을 잡아주는 중심이 된다.

눈에 고춧가루 퐉 뿌리게 매콤하고 씁쓸하게

그 사람을 어떻게든 사람들 때문에 살게 하는 힘이 된다.


요 며칠 뉴질랜드에, 외국에 내가 왜 나왔을까.

그냥 지방 변두리 어딘가로 도망쳐서

지지고 볶고 생선냄새 고기냄새 풍기면서 복작거리며 살걸.

사람 냄새나듯이 이불 깔고 고봉밥 지어

한 입만 더 먹자~ 하는 추노가 되어

멸치 반찬 먹이며 아기 키우며 사는 모습도 상상해 본다.


다시 한국의 모든 게 그립고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왜 후회하고 있을까

뉴질랜드에 왜 오게 됐을까 생각했다.


사람 때문에. 한국인 때문에.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들이 나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

나라를 떠나게 할 만큼 그 어디에서도 나를 반겨주지 않았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신사동 고시원에서 수면제를 먹고 잘만큼

모든 직장과 모든 일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최소한의 친절함과 인간적인 선의가 없었다.


가장 꿈꾸던 회사는 최악의 악몽이 되고

노력으로 일궈낸 경력들이 창피함으로 남았다.


일기를 보면 명치가 계속 아팠다고 썼던데,

사실 명치가 아픈 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많이 힘들었던 것만 기억난다.

길거리와 버스에서는 항상 울었고

화장실에서도 많이 울었다.


그 감정이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 많이 나아져서겠지.

너무 싫은 감정이라 내 몸이 필사적으로 잊은걸 꺼야.

불과 1년 전인데 그때는 내가 많이 어렸었기도 하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됐는데 그걸 다 몸살로 겪었다.


하지만 그건 가족들 옆에 있는 대가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살았어야 했을까?

지금 돌아가도 난 그러려니가 안되려나.

나는 어딜 가든 너무 개복치다.

그나마 여기서는 나를 압박하는 상사가 없다.

마티도 그냥 재수 없는 건치남일 뿐..

여자라고 욕을 하진 않잖아.


뉴질랜드는 환경이 힘들 뿐 사람들은 괜찮다.

그리고 내가 그때나 지금이나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명예 있고 인품이 있는 한국인들과는 일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누구처럼 SKY 나와서 회사를 골라갈 수 있었다면,

푸근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겠지?

그런 복을 받은 사람들이 참 부럽다.


지금은 나의 비슷한 능력으로도

조금은 더 질 좋은 사람들이랑 일할 수 있어서 좋다.

넌 잘하고 있어. 너의 영어는 완벽해.라고 말해주는 팀원과

오늘 아침 날씨는 춥지만 분명 끝내주는 하루가 될 것 같다고 말해주는 상사.

오피스에서 들리는 귀여운 아기 올리의 웃음소리까지..


그걸로 우선은 만족한다.


돈도 한국에서보다 많이 못 벌고 (한국인 기준 가장 중요)

미국도 못 간 바보에

영어도 못하는 한심한 지지리 궁상이지만


그래도 별 걱정 없이

오늘 이부자리에 잠들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직도 배울 게 많아서 그저 내 인생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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