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와 억양이 개별적인 자음/모음 발음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지금은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중이에요. 쉬운 말은 불편하지 않을 만큼 할 수 있고, 어려운 말이나 복잡하다 싶은 말은 가끔 문법적으로 엉망인 말로 어떻게든 설명하는 편이고요. GIU보고 동영상 강의도 보고 그러니까 문법은 말할 때 큰 장애가 되진 않아요. 의미 전달이나 의사소통에서는요..(writing때는 대박으로 장애가 되긴 하지만요 ㅋㅋ) 그러나 늘 봉착하는 문제점이란.. 바로.. 발음.. pronunciation - ㅜㅠ 한국 아이들끼리는 모두 알아듣지만, 랭귀지 스쿨 선생님들까지도 알아들어요 워낙에 한국애들이 많으니깐요. 그러나 다른 나라 아이들은 모두 못 알아듣는.. 그런 문제점들이 있지요. 정말 정말 고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많이 따라 하라는데. 따라 하면서도 느껴지는 코리안 악센트..;;; 듣은 바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이 발음이 아닌데. 왜 그것이 입 밖으로 나오면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걸까요.. 미묘한 차이가. 결국 언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애로사항을 만들어요. 좋은 방법 아시는 분 있으시면 좀 알려주시어요... p.s. 호주 사람들의 발음은 가끔 당황스러우리만큼 여태껏 배워왔던 영어 발음과 너무너무 다를 때가 있지요... 그러나 그들도 제 발음을 영 못 알아먹어요. 맥도널드가서 주문할 때마다 곤혹스러워요. "머스타드 소스"달라고 반복하다 결국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받아왔어요 ㅠ ㅠ
많은 학생들이 R이니 L이니 하는 개별적인 자음 소리 쪽에 발음의 비중을 두는데, 사실 외국인이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의 문제에 있어서의 원인은 '강세'나 '억양' 쪽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례로 - 어쩌면 이미 경험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는데 - 해외 연수를 간 많은 한국 학생들이 어학원의 선생님들이 공들여하는 자신의 발음은 타박하면서 훨씬 더 이상한 '일본' 학생들의 발음에 대해선 별 말이 없거나 오히려 나보다 낫다고 한다며, 나라 차별이라며 분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실제로 50% 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머지 50% 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차별이 아니라 진짜로 그 '일본' 친구들의 발음이 한국 학생들의 발음보다 좋은 것이지요.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사실일 수 있습니다.
개별적인 자음, 모음 소리들은 확실히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보다 더 잘 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강세나 억양에 있어서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더 잘하는 경우가 제법 많으니까요.
일본 사람들이 '맥도날드'를 '마꾸도나르도'라고 한다고 웃기다고 하는데, 이렇게 글로만 적으면 참 황당하지만, 실제로 발음하는 소리를 놓고 볼 때에는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식으로 각각의 음절을 또박또박 '맥/도/날/드'라고 하나 '마꾸도나르도'라고 하나 Native 입장에서 이상하고 못 알아듣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여기에 특유의 억양과 리듬을 넣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꾸도!나르도' (글자로 표기하기 참 힘들지만, 진하게 표시한 부분에 강세를 주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아주 약하게 해서 부드럽고 빠르게 읽는 소리입니다.) 가 되면, Native 에게는 아무런 억양 없는 '맥도날드'보다는 훨씬 더 영어 Mcdonald 에 가깝게 들릴 수도 있답니다. -> 아, 직접 들려드리지 못해 안타깝군요... ^^;;;
님께서 나름대로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외국인들이 너무도 발음을 못 알아들어주는 이유가 혹시 이런 '자음 모음 소리' 흉내에만 집착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강세'나 '리듬' 등을 간과해서는 아닐는지요?
'머스타드 소스'를 예로 드셨는데, 아무리 또박또박 '머스타드' 라고 예쁘게 소리 내도 그들이 듣는 건 개별 음절 속의 자음/모음 소리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실제로 우리말로 이렇게 표기하면 4음절인데, 영어로는 2음절밖에 안됩니다. 강약을 아주 강하게 해서 들으면 '머'와 '타(아)' 정도만 들린다는 거지요. '스'와 '드'에 해당하는 소리는 앞의 '머'와 '타(아)' 소리에 슬쩍, 아주 슬쩍 묻어가거든요. 이 소리들을 공들여 발음한다는 건 사실 '영어 발음'의 관점에서 보면 소위 '삽질'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일단 제가 말씀드리는 원인에 공감하시면 그 부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세요. 그들의 발음에서 느껴지는 강약과 리듬, 전체적인 억양에 집중하시고,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당장은 거기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이게 최선이 아닐까 싶네요.
보이스 코치(Voice Coach)에게서 교정을 받는 것도 너무너무 좋은 방법이지만, 비용도 장난 아니고 좋은 사람을 거기서 찾기도 쉽지 않아요. 그리고, 아직 영어 자체가 다 입에 익지 않은 분께는 단기 교정이 썩 효과적이지 않을 거고요. 참고로 미국인 배우 '르네 젤위거'도 Voice Coach를 통해 영국 영어를 교정받고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와 '미스 포터'등의 영화에서 영국 영어를 제대로 쓰는 영국인 역할을 연기했답니다.
현지에서 좋은 발음 관련 프로그램 등을 이수하시면 좋은데, 이미 그런 방법을 찾지 못하셔서 제게 도움을 청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Clear Speech 같은 발음 관련 교재를 이용하는 수업이 혹시 있다면 한번 알아보시고요. 나중에 한국에 오셔서라도 한번 차근히 공부해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Clear Speech는 빨간색 말고 두 번째 단계인 파란색 책이 바로 '강세'와 '억양'에 관련된 내용이니까 참고하시고요.
제가 글로 "쓰기" 참 곤란해하는 주제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발음' 문제입니다. 소리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참 그렇죠... 억지로 억지로 위에 한글로 소리를 표현했는데, 결코 편의상의 문제였을 뿐 실질적 소리의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노파심에 남깁니다.
위 글의 원문은 아래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의 질문/답변 게시판에 올려진 게시물입니다. 브런치로 옮기면서 약간의 편집 및 수정이 있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satcafe/4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