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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단기 어학연수를 앞둔 초급 학생의 근본적인 고민과 계획에 대해

한낱 언어일 뿐인데 사람들이 목을 매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 하지만 왜 하는지 왜 해야만 하는지 납득이 안 가는 사실들 뿐이고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을 기한 게 없다고 판단되는 저로서는 영어에 올인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왜 영어는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무원 영어, 토익, 토플, 아이엘츠, 회화 등등 이렇게 많은데 어떤 걸 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많은 영어 속에 한 가지만 파면 모든 영어를 할 수 있는 건지, 목적에 따라 영어 공부를 하라는데 언뜻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일단 저는 12월에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고요, 체류 예정기간은 약 2개월 정도입니다. 뭐 하려고 가냐고 남들이 물어보더군요. 근데 전 항상 대답을 못했습니다. 항상 막연하게 살아온 저의 삶의 습성상 말입니다. 저에게 영어의 지침이랄까 이런 것을 내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베이직 그래머인유스를 공부할 계획입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왜 사람들이 영어에 목을 매야 하나... 글쎄요.


점점 국제화되어가는 사회에서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언어가 '영어'입니다. 과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우며 전 세계의 패권을 잡았던 영국의 언어가 '영어'이고, 현재의 초강대국 미국의 언어가 또 '영어'지요.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저 남태평양 어느 섬나라 부족의 언어보다는 '영어'가 이어주는 문화의 폭이 더 넓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 아닐까요? 저는 '영어'를 세계를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창'이고, 그 세계에서 내가 더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영어'가 이어주지 못하는 문화도 있을 것이고, '영어'로 읽어내지 못하는 '세계'도 있을 것입니다. 내 나라 문화, 내 옆의 세상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세계'를 볼 생각을 한다면 그것도 문제겠구요. 


뭔가 주객이 전도되어 무엇이 목표이고 이유인지도 모르고 달려가는 한국 사회의 소위 '영어의 광풍'에 대해서는 저도 비판적이지만, '영어' 자체의 의미와 효용에 대해서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영어, TOEIC(토익), TOEFL(토플) 등등은 '영어'를 쓰고자 하는 '목적'에 따른 분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영어' 자체에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지요. (공무원 한국어가 따로 있지 않듯이 말이죠.)


기본적으로 언어로서 '영어'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면, 그것이 토플이건 회화이건 어느 정도는 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님께서는 일상생활용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에 문제가 없지만 혹시 회사생활에서의 한국어 구사는 전혀 안되시나요? 그럴 리가 없을 것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지요. 배우는 사람의 효율을 위해 편의상 구별을 한 것일 뿐입니다. 그러한 명칭에 머리가 아프시면 과감히 잊으시고 '영어'라는 언어 습득이라는 명제만 기억하세요.


저도 언어로서의 '영어'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편의상의 범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회화, 문법, 토플, SAT, IELTS(아이엘츠)등 명칭과 분류가 무엇이건 간에 그것을 공통으로 꿰뚫고 있는 근간을 학생들에게 전달하여 학생들이 진정한 '언어'로서 '영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영어 교육의 기본적인 중심이자 목표입니다.


모국어가 아니고, 대개 학습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효율성 때문에 어떠한 특정 범주에 집중할 뿐이지 결국은 같은 영어일 뿐입니다. 진짜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트로트이건 성악이건 기본적인 퍼포먼스는 가능합니다. 다만 특정 분야에 보다 탁월하거나 조금 미흡한 차이가 있을 정도죠. 지금 특정한 분야의 영어에 한정될 필요가 굳이 없다면, 마음 편하게 '언어' 학습 그 자체에만 집중하세요. 무엇이 되건 토대가 되는 기본기를 다지시라는 얘기입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뉴질랜드에 2개월 정도 계실 예정시라구요? 소위 말하는 어학연수로서는 상당히 짧은 기간이네요. 영어를 어느 정도 LEVEL까지 끌어올린 분들께는 그동안의 학습한 것을 마음껏 실습해 보고 실전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오는 의미로 활용하라고 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초급 학생이라면 일단 대부분이 갖고 있는 영어에의 공포나 거부감을 떨치고 용기와 흥미를 가득 담아오는 기회로 삼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막막하다면 얼마나 어떻게 막막한지도 체험하시고, 별거 아니다 싶으면 이제 그 별거 아닌 것을 어떻게만 더 보완하면 되겠는지를 제대로 알아오세요. 안 들리는 것도 왜 안 들리는지를 알면 의미 있는 경험이 됩니다. 말이 술술 잘 풀리면 어떻게 하면 더 잘 될까를 치열하게 생각해서 오시라고 하고 싶어요. 뉴질랜드의 2개월은 님에게 님의 지금의 영어와 앞으로의 영어를 진단하는 소중한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벙어리가 입을 트고 소경이 눈을 뜨는 기적을 막연히 바라지 마시고요.


일단 '영어' 자체에 대해서 이유를 찾기 위해서 좀 더 많이 보고 듣는 것도 동기부여에 좋을 것입니다. 여기저기 인터넷의 글들도 많이 읽어보시고, 동호회 활동도 해 보시고, 학원도 다녀보시고, 영어 관련 기사도 좀 찾아보시고, 공부한다는 사람들 얘기도 많이 들어보시는 것이 어떠세요?


베이직 그래머인유스(Basic Grammar in Use)도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 좋은 교재가 될 수도 있고, 영어로 쓰여 있는 지루한 문법서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궁금증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다만, 그것을 궁금증으로만 남기지 마시고, 님 스스로도 치열하게 답을 찾는 노력을 하셨을 때에만 그렇습니다. 


결심을 하셨다니 실천도 그만큼 심지 굳게 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위 글은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의 질문/답변 게시판에 올라온 학생의 질문/상담글과 그에 대한 제 답변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약간의 편집 및 일부 표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원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cafe.naver.com/satcaf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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