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단어) 학습 - 영한사전/한글해석 vs. 영영사전/영문설명
단어를 공부할 때 예를 들어 apple이란 단어를 공부한다면
1. an apple, 사과
2. an apple, An apple is a round fruit with smooth green, yellow, or red skin and firm white flesh.
1번처럼 영어, 한글을 병치해서 공부해도 괜찮은 건가요? 아니면 2번처럼 웬만하면 영어로 설명된 자료와 단어에 해당되는 이미지를 보면서 공부하는 편이 낫나요? (+ 단어가 쓰인 예문도 한 두 가지 병행하면서요)
2번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어 해보려고 하니 어려운 단어의 경우 쉽게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 것을 느꼈어요. 한글풀이를 보면 아 이거! 하고 쉽게 이미지로 연상이 되긴 하지만, 한글, 영어를 1:1로 배치하는 게 맞는 방식인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영영 사전의 설명을 보는 것은 확실히 유익합니다. 그 자체가 영어 문장에의 또 다른 노출이기도 하고, 의미 이해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두뇌 활동을 자극하기도 하죠. 또한, 설명 방식에서도 보다 '영어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영 사전만을 이용하기에는 상당히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단어 찾을 일이 별로 없는 것도 아닌데, 매번 영영 사전을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도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게 사실이죠. 그리고, 뭔가를 듣거나 읽던 와중에 잠깐 단어의 의미를 알거나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에 영영 사전을 끙끙거리며 쳐다보면 읽거나 듣던 리듬이 다 깨져버리죠.
이런 이유로 저는 영영 사전만 보라고 하지 않습니다. 영어 공부는 일단 즐겁고 수월해야 합니다. 게임이나 놀이처럼 재미있지는 못할지언정 고통은 되지 말아야 계속 꾸준히 해 나갈 수 있어요. 영영 사전을 이용하는 것이 영어 공부에 재미와 수월함을 주는 게 아니라 고통만 가중시킨다면 그건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사실 읽거나 들으면서 틈틈이 의미를 확인하고자 하는 용도라면 영한사전이 더 효율적입니다. apple 도 뭐 깊이 파고들면야 비유적 의미도 있고 쳐다볼 게 많습니다만, 그런 의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얼른 '사과'라는 것만 알고 넘어가는 게 더 낫습니다. 하지만, 뭔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의미와 다르거나, 용법 등에서 뭔가 좀 더 살펴봐야겠다고 생각되거나, 매우 자주 만남에도 불구하고 내가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단어라면, 차분히 영영 사전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살펴보는 것이 유익하지요.
결론적으로, 단편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하시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접하느냐에 맞춰 유연하게 한영사전과 영영 사전을 활용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사전이 매우 훌륭한 어휘 학습의 동반자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어휘 학습법은 사전을 통해서 어휘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어 문장에 노출되면서 경험을 통해 익히는 것입니다. 사전은 그 경험에서 보조적인 도움을 주는 장치이죠. 가능한 문장의 문맥을 통해 의미를 유추하고, 반복 노출을 통해 깨닫는 방향으로 접근하세요.
사전의 설명 방식에만 의존해서 어휘를 익히는 것이 어렵다면, 어휘 학습에 대한 영감과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어휘 수업을 참고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휘 수업은 단순히 이 단어를 외우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어휘를 익히고 다루고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에 의의가 있지요. 즉, 고기(어휘)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닌 잡는 법을 알려주는 수업을 찾으시면 이후에 혼자 사전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훨씬 더 수월하고 효율적이 될 수 있어요.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에 올라온 학생의 질문과 그에 대한 제 답변을 브런치 매거진 글로 다듬었습니다.
https://cafe.naver.com/satcafe/10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