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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회화는 독학할 수 없다

회화/스피킹(speaking)은 실제로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학습이다.

선생님 강의를 접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가는 학생입니다. 덕분에 그래머인유스 intermediate와 basic을 너무나도 쉽고 재미있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영어를 배우고 나니...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지던 원서 책들도 단어 빼고는 막힘없이 읽혀지더라고요. 게다가 요번 방학은 선생님이 추천해주셨던 Azar의 English grammar 독파를 목표로 토익 공부해가며 보고 있습니다. 저는 참 행운인 게 토익도 문법으로써가 아닌 재밌는 영어로 공부하고 있다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영어를 문법 말고 옹알이하듯 제대로 말해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제가 선생님 계신 학원과는 집이 상당히 먼 관계로 갈 수 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집 근처에 회화로 유명한 s학원을 다녀보았지만 결국 영어 못하는 학생들끼리의 엉터리 대화로 시작해 엉터리 대화로 끝나더군요.. --;; 혹시 좋은 방법이 없을지 알려주세요. 혹시 좋은 책들 있음 추천 바랍니다.


저는 영어 회화를 독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회화/스피킹(speaking)은 독학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학습이에요.


단, 실제로 경험할 때를 대비한 여러 가지를 공부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 대비를 통해 실제 경험이 보다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학습이 되는 것이지요.


아기는 엄마와 대화하면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말을 배웁니다. 비디오만 백날 보여준다면 아이가 말을 터득할 수 있을까요? 언어는 상호작용입니다. 상호작용 자체가 결여되면 언어 학습이 되지 않아요. 비디오는 상호 작용이 원활히 일어나는 상황에서 아이의 언어 습득에 어떤 추가적인 '비료'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언어 학습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엉터리 대화 와중에 잡아주는 길잡이가 있고, 스스로도 어떤 '의식'같은 것을 한다면 혼자서 책만 백날 쳐다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님께서 거기에 쏟는 돈과 시간에 비해 얻어지는 연습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경제적' 측면에서 회의적이지, 그 엉터리 대화 자체가 무조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외국에 나간 학생들도 현지의 원어민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영어학교에 가 봐야 고만고만한 비원어민 학생들과 하는 대화가 더 많죠. 그나마 한국어를 주고받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 처지도 드물지 않습니다.

환경은 언제나 최상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항상 불리하고 척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죠. 스스로 최선을 다해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회화를 받쳐줄 수 있는 공부를 최선을 다해 하시고, 엉터리(?) 회화반에서라도 그것을 최대한 보여주세요. 최고의 performance를 보이시고 월반하세요. 그나마 덜 엉터리(?)인 파트너들을 만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선생님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guide를 최대한 끌어내세요. 선생님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학생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서인 경우도 많습니다.


돈과 시간이 아까와 학원에서 이러는 것을 못하겠다면, 채팅이나 펜팔이라도 하면서 원어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 애써보시고요. 


그것도 아니라면 언젠가 제대로 할 수 있는 회화 환경을 기약해 놓고, 그때까지 할 수 있는 간접 대비 학습을 최대한 하시는 쪽으로 방향 선회를 할 수도 있지요.


저는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오로지 '책(book, extensive reading)' 만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영어 노출이었습니다. 원어민 영어 과외 선생님을 가져 본 적도 없고, 영어 교재를 번듯하게 갖추어 놓고 공부한 적도 없습니다. 학원도 다녀본 적 없고 지금같이 인터넷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영어로 쓰인 주변의 사물들이 전부였습니다. 길거리의 간판 구석에 쓰인 영어 단어 하나하나도 제겐 다 의미 있는 노출이었죠. 그 긴 시간 동안 실제 '회화'와는 격리되어 있었습니다만, 소위 얘기하는 "말을 떼는" 데에는 딱 한 달도 안 걸렸습니다. 간접 학습도 임계량을 넘어서면 절대치에 가까운 효과를 내더군요. 


어떤 길과 방법을 택하느냐는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이거 저거 다 따지고 내 구미에 맞는 것만 골라내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최대한의 편리를 추구하기보다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데에 기준을 두시면 결과는 올 거라 믿습니다.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의 질문/답변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s://cafe.naver.com/satcafe/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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