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2)
지난번 글(https://brunch.co.kr/@julien/42)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려면 2,200 시간 정도의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요구된다는 것을 미국 국무부 FSI의 연구를 인용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2,200 시간을 채우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을 알려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즐기라'는 것인데요, 아마 이 말 자체는 여기저기서 아마 지겹도록 많이 들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깜깜하고 어려운 영어 공부를 어찌 즐기라는 것일까요?
'즐기는 영어 학습 방법'으로 가장 많이 제안되는 것은 뭔가 자신이 재미있어 할 만한 것을 골라서 영어 학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래를 좋아한다면 팝송을 통해,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화를 이용하여 영어 공부를 하라는 것이지요. 연예인에 관심이 많다면 해외 연예인들에 대한 가십거리나 뉴스 등을 영어로 접하라고도 합니다. 맞습니다. 이렇게 뭔가 내가 관심 있고 흥미를 가질만한 것을 통해 영어에 좀 더 부담 없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것, 좋은 생각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 분야에 관련된 영어를 매개로 한 학습에는 단점과 한계가 있습니다. 팝송만으로, 영화만으로, 뉴스 기사만으로는 내가 배워야 하고 알고자 하는 영어가 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처음엔 즐겁게 다가갔다가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하는 대목에서 다시 절망하고 영어를 손에서 놓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즐겁게 팝송 가사를 익히면서 혹은 영화 속 근사한 대사를 집어내어 거기에 관련된 표현이나 문법에 대해 따로 익혀보려는 순간 영어가 재미없어진다는 거죠. 특히나 초급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에 대한 고백을 많이 듣습니다.
팝송이나 영화나, 뉴스나 관심사와 연관된 영어를 접하면서 공부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기초가 잡힌 분들에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최소 노래 가사의 절반 정도는 특별히 사전을 찾거나 선생님에게 묻지 않고도 대략 내용을 이해하고 흥얼거릴 수 있어야 소위 즐기면서 꾸준히 지속하는 영어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집니다.
2,200 시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이 절대 학습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다 하는 방법도 도저히 꾸준히 해 나가기가 힘들다면 아무 소용이 없죠. 실제로 효과가 좋다는 말에만 혹해서 상당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학습 방법을 무조건 고집하다 이내 지치고 나가 떨어진 분들의 사례를 많이 봅니다. 또한, 특히 TOEIC이나 입시 쪽 학습에서 자주 보이는, 단기간 바짝 조여서 순간적 성과를 자랑하는 학습법들은 그 방법을 오래 유지하거나 그 효과 이상의 발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즐기지 못하고 '견디는' 영어 학습의 안타까운 결말이지요.
그러면 정말 '즐기는'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즐길 수 있는 '매개'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영어를 익히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영어 공부 자체가 즐겁지 못하면 2,200 시간을 채우는 것도 힘들거니와 그 효과도 떨어집니다. 먼저 글에서도 2,200 시간은 그냥 영어 책 앞에 앉아만 있을 뿐인 그런 소극적인 학습이 아닌, '적극적인 집중 학습 시간(active class hours)'이어야 함을 언급했었죠. 실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어 공부를 즐긴 사람들은 '언제 벌써 2,200 시간을 다 채웠지?'라고 하고, 영어 공부를 즐기지 못하고 '견디는' 사람들은 '어느 세월에 2,200 시간을 채우나?'라고 합니다.
물론 공부란 게 당연히 어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것도, 10,000 피스 짜리 퍼즐을 맞추는 것도 어렵고 힘들지만 즐기는 것이죠. 영어 공부 자체를 즐기라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산을 오르고 퍼즐을 맞추는 것을 즐기는 것과 같습니다. 산을 오르고 퍼즐을 맞추는 그 자체를 즐기듯, 영어를 배우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2,200 시간이라는 대장정을 제대로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럼 영어를 배우는 그 자체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세계 여행과 관련된 TV 프로그램들이 꽤 많고 인기도 좋은데, 이런 프로그램들의 재미는 바로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알게 되는 데에 있죠? 이러한 프로그램을 즐기신다면 영어를 배우는 것도 즐길 수 있습니다. 영어도 그런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알게 되는 '창'이요, 수단일 수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문법'은 무조건 재미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휘'는 달달 외워야만 하는 지겨운 것이라고 합니다. '회화' 시간에 나누는 대화는 영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문법이건, 어휘건, 회화건, 무엇이건 간에 그 자체가 재미없는 경우는 의외로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입니다. 즐기는 것이 아닌, 견뎌야 하는 대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것이죠. 접근하는 방법을 달리 한 것만으로 문법이, 어휘가, 회화가 재미있어질 수 있습니다. '영포자(영어 포기자)'에서 '영어성공인'으로의 극적인 터닝포인트가 여기서 나올 수 있습니다.
앞서 팝송이나 영화와 같은 관심 매체에 대해 언급했었죠? 이러한 매개체들이 이러한 접근법과 만나면 그 단점과 한계가 극복됨은 물론 효과도 극대화됩니다. 즐거운 발견과 경험의 살아 있는 사례가 되어 주기도 하고, 그 발견의 근원지가 되기도 하지요.
일단 영어 공부를 '견뎌야'하는 것으로만 보는 시각부터 바꿔 보세요. 영어를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으신다면, 이어지는 글들을 계속 읽어 주세요. 문법, 어휘, 회화 등 영어 학습의 영역별로 '즐기는' 접근 방법을 차례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위 글의 원문은 2014년 8월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카페에 올린 "영어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2) 견디지 말고 즐기세요"입니다.
원글 보기: http://cafe.naver.com/satcafe/6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