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점대 초급 학생을 위한 영어와 토익 갈림길 조언
작년에 토익학원을 3개월 정도 다녔고 토익공부는 그때 처음 해봤습니다. 토익 유형이 무엇인지 한 번도 공부해본 적 없이 학원을 다니고 400중반대 점수가 나왔습니다. 단어, 문법 모든 걸 이해보다는 외워야 했고... 직장인이다 보니 숙제도 못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 것은 제가 숙제를 다 소화해가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었겠지만... 토익만을 위한 영어단어, 문법, 스킬만을 위해 공부하니.. 과연 내가 토익을 계속 공부한다고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토익공부를 열심히 해도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박상효 선생님의 grammar in use basic 강의를 들었는데 토익 강의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콕 찝어서 설명해주시니 더 기억에 오래 남고 영어가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 토익점수가 높은 사람이 회화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회화, 쓰기를 기본적으로 하는 사람 치고 토익점수가 낮은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직 준비 때문에 600점 이상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학원으로 다시 돌아가서 하기는 정말 싫고.. 현재 use basic 하는 중인데 한 바퀴 완강한 상태고 intermediate + vocabulary in use 강의 시작 전입니다. grammar in use처럼 재미있게 토익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ㅠㅠ?
한마디로 제대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토익(TOEIC) 점수가 필요해서 이 두 가지를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시는 거네요.
말씀하신 대로 회화나 기타 진짜 영어 구사 능력이 있는 사람은 토익 점수도 낮지 않습니다. 시험 유형에 익숙지 않거나 토익에서 자주 등장하는 비즈니스 관련 표현이나 상황이 낯선 등의 이유로 기대치보다 다소 낮은 점수가 나올 수는 있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가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그러나, 반대로 토익 점수가 높다고 회화나 기타 근본적인 영어 실력도 반드시 높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어떤 어린 학생이 토익 만점을 받아서 화제가 되어 여기저기서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절대 응하지 않았더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라디오 영어 학습 프로그램 등에서 초대를 하고자 했던 모양인데 이 학생이 영어로 한마디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보니 아무래도 부끄러워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약간의 과장이 더해진 것 같긴 한데, 실제로 이 학생처럼 토익 고득점을 받고도 말은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은 꽤나 흔합니다.
결론적으로 님께서 원하시는 영어 실력과 토익 점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결국 영어 실력 자체를 높이는 공부를 하는 것이 답입니다. 그런데, 영어 실력은 단시간에 그렇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제가 쓴 '2200시간 공부하셨나요? (https://brunch.co.kr/@julien/42)'만 보셔도 영어 실력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영어 실력이 아주 낮은 초보도 토익 학원 등을 통해 족집게식 공부로 최대 600점대까지는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이상의 점수대도 기본기를 조금씩만 갖추어 주면 가능한 사례가 많습니다. 실제 실력보다 높은 점수가 가능하다는 얘기지요.
현실적으로 말씀드려서 단시간에 600점대 정도를 받는 것이 절박하다면, 이미 공부하신 Basic Grammar in Use를 기본기로 토익에 우선 매진하시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토익 학원의 방식이나 토익 자체가 재미없고 힘든 것은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하셔야죠. 물론 저는 토익도 영어 시험이고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만, 어쨌든 시중의 대부분 학원과 수업 등은 최단 시간 최대 점수라는 효율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언어를 공부하는 재미 자체를 두드러지게 할 여유는 없는 것 같아요.
시간도 넉넉하시고, 점수도 600점대 이상을 바라신다면 Grammar in Use Intermediate 까지 성실하고 차분하게 공부하시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원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어느 정도 스스로 토익을 공부하시는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 학원에서는 최신 경향이나 핵심 표현 등등에 대해 도움받으시고, 근본적인 청취나 문장 이해 등에 대한 Skill 은 스스로 다져 보시라는 애깁니다. 중급 정도 실력을 갖추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도 대개 그만큼 성장합니다. 그리고, 뭘 좀 알고 듣는 수업에서는 예전에 모르던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요. 공부가 재미있어지게 만드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합니다.
사족인데, 현재 개정판 이전의 Grammar in Use Intermediate 인강에서 부속 메뉴로 여러 가지 영어 시험 유형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GIUI에서 공부한 문법 사항들이 시험에서는 어떤 유형으로 제시되는지를 보여주면서, 시험 대비 문법이란 게 사실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인데요, 꽤 많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받았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좀 그런데, 혹시 이 부분의 파일(화면과 음성 강의 형식) 같은 것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면 참고로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영어 공부와 토익 시험을 어떻게 연결해야 햘 지에 대해 님께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만, 저는 이런 어둠의 경로를 언급한다는 것도 참 곤란하고, 실제로 이 메뉴에 대한 파일이 돌아다니는지에 대해서까지는 잘 모르겠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은 언급하지 않을게요.
위 글의 원문은 아래에 링크된 네이버 카페 게시글입니다:
http://cafe.naver.com/satcafe/12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