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바다의 심장에 다녀왔다

제노아에서 밀라노까지, 바다와 돌의 도시를 걷다

by 헬로 보이저
리구리아 해콜럼버스 동상, 프린치페역 앞.
구 시청사, 팔라쪼 산 조르조. 포르토 안티코 거리, 야자수 산책로
요트 선착장, 포르토 안티코

포르토 안티두칼레 궁전 내부 계단. 제노아 항구


지중해는 늘 출발의 바다였다.
그리고 제노아는, 그 출발을 품은 도시였다.

수세기 동안 수천 척의 배가 이 항구를 떠났고,
그중 하나는 아메리카 대륙을 향해 나아간
콜럼버스의 발자국을 실어 나른 배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 도시에서 태어나
세계를 향해 나아갔고,
나는 세상을 떠돌다
이 도시로 도착했다.

오늘, 나는 그가 떠났던 항구에
두 발을 내디뎠다.

검고 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갈레온.
해적선이라 부르기엔 정교했고,
예술이라 하기엔 살아 있었다.

그 앞에 서자
바다는 과거를 데려왔다.
출항의 함성과 돛의 물결,
그리고 잊힌 이름들의 이야기들.

그는 떠났고,
나는 도착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바다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짐을 끌며
제노아 항구에서 30분을 걸었다.
이 도시의 돌바닥은
수백 년의 바퀴 자국과 발자국으로
낮게 말을 걸었다.

밀라노로 향하는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기차는 이미 북적이고 있었고
내 좌석은 맨 끝이었다.

커다란 가방을 끌며
통로를 따라 "Excuse me, please"를
수없이 반복하던 순간,

한 여인이 말했다.
“여기 앉으세요. 좌석 안 봐요.”

그녀는 자신을
폴란드에서 온 아프로디테라 소개했다.

우리의 대화는 빠르게
서로의 도시를 건너며 흘렀고,
서로의 계절을 웃으며 건넜다.

도착 즈음,
우리는 인스타 친구가 되었고,
사진도 한 장 남겼다.

마치
다정한 여행의 흔적처럼.
그리고 지금도,
우린 서로의 안부를 조용히 붓는다.

제노아에서 밀라노까지
기차로는 한 시간 반.

하지만 그 시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과거의 바다에서 떠나
대륙의 심장으로 향하는 길.

그 안에서 나는
짐을 들고 걷는 여행자였고,
한 여인의 다정한 제안으로
잠시, 마음을 앉힐 수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북이탈리아의 풍경은
올리브밭과 붉은 지붕의 마을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알프스의 자락까지—

기차는 쉼 없이 달렸지만,
내 마음은 그 안에서
잠깐 멈췄다.

낯선 도시로 향하는 긴장도,
떠나온 도시의 감동도,
모두 그 시간 속에 조용히 녹아내렸다.

그렇게 우리는,
바다에서 돌의 도시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리고, 밀라노에 도착했다.

도시는 거대한 석조 문으로 나를 맞았고,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들이
광장을 향해 솟아 있었다.

이 도시는 역사다.
로마 제국의 군단이 지나갔고,
르네상스의 천재들이 이곳에 그림자를 남겼으며,
다 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그리고
베르디는 음악으로 혁명을 노래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도시의 중심에서
햇살을 머금은 대리석 앞에 멈춰 섰다.

그 건축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히, ‘기도’였다.

두오모 광장은 비둘기와 아이들,
연인과 화가,
그리고 나처럼
길을 걷던 이들로 가득했다.

나는 말없이
광장 한가운데에 오래 서 있었다.
누구에게도 나눌 수 없는,
완전한 순간처럼.

여행은 장소보다,
그곳에서 만난 마음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도였다.


밀라노 시내 전차 거리.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마상

두오모 성당

두오모 성당 옥상석조


Ms. 아프로 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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