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물의 도시에서 나는 길을 잃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안도의 숨

by 헬로 보이저

밀라노 중앙역 플랫폼 베네치아행 열차에서 본 바다 풍경

산 시메온 피콜로 성당. 베네치아 운하 거리 – 리오 테라 산 레오나르도

베네치아 골목길과 작은 다리 (카날레 데이 세르비) 캄포 산타 마르게리타 광장.


베네치아.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물결치는 도시.

그때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늘 미뤄졌던 곳.

그러다 문득,

시간의 틈 하나가 생겼다.


밀라노에서의 일정 사이.


그 작은 틈을

나는 기회로 만들기로 했다.

새벽, 호텔을 조용히 나섰다.

하늘은 흐렸고,

거리엔 사람도 적었다.

고속열차는 비쌌다.

나는 환승 열차를 골랐다.

조금 느리지만,

내게 더 맞는 리듬이었다.


중간에 지나치는 도시, 베로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언젠가 꼭 다시,

시간을 들여 걸어보고 싶은 곳.

오늘은

물 위의 도시가 먼저였다.


베네치아에 도착했을 때,

바람 냄새가 달랐다.


그 도시는

한때 세계를 항해하던 공화국이었다.

육지가 아닌 물 위에서 시작된 나라.

사람들은 바다를 도로 삼고,

운하를 따라 도시를 그려 넣었다.

천 년 넘게 독립국이었던 베네치아 공화국.

무역과 예술, 외교와 권모술수가

물결처럼 얽히며

이 작은 섬 도시를

유럽의 심장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조용한 관광지지만,

이 도시엔 여전히

과거의 영광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도시는

정말로 물 위에 떠 있었다.

배가 도로였고,

물결이 발자국을 대신했다.

나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열심히 걸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올려다본 종탑.

리알토 다리 아래로 흐르던 대운하.

그리고 커피 잔을 내려놓았던 작은 카페.


모든 풍경이

한 장의 엽서처럼 맑았다.

시간은 짧았지만,

마음은 천천히 흘렀다.

돌아오는 길.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풍경이… 낯익다.

분명 돌아오는 길인데,

왜 이리 익숙하지?


그랬다.

기차는 반대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당황한 채로,

마지막 열차 시간에 맞춰

겨우 갈아탔고,

무작정 고속열차에 올랐다.

표는 없었다.

승무원이 다가왔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20유로만 내면 돼요. 다시 올게요.”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기차는 밀라노에 도착했고,

나는 무사히 돌아왔다.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광장

시계탑(토레 델 오롤로조) 산 마르코 대성당 앞 광장.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방향 산책로. 산 조르조 마조레 섬을 바라보는 곤돌라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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