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urora Light

잊힌 건물의 숨결

by 헬로 보이저


1907년,
한 건물이 세워졌다.

아무도 환영하지 않았고,
아무도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엔
세상의 끝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결핵.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두려웠던 병.
그 이름을 안고 찾아온 이들에게
이 건물은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장소였다.

그 시절,
사람들은 병보다
그 병을 가진 사람들을 더 두려워했다.

그래서 이 건물은
늘 바람 많은 외곽에 있었고,
언덕 너머로 고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4,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조용히 버티고,
치유를 기다렸다.

600명의 손이 매일같이
빨래를 널고,
식판을 나르고,
침대를 정리했다.

그리고 1957년,
결핵의 치료제가 나왔다.
기적 같은 희망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건물의 폐쇄를 알리는 신호였다.

조용히 닫힌 문은
2년 뒤,
다른 이름으로 다시 열렸다.

1959년,
이곳은 정신병원이 되었다.

더 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가진 이들이
그 안에 들어왔다.

침묵은 깊었고,
창문엔 철창이 씌워졌다.
감정은 종이처럼 말라갔고,
세상은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1983년,
그 문은 또다시 닫혔다.
어떤 작별 인사도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건물은 소년원으로 다시 쓰였다.

죄를 지은 아이들.
혹은,
그저 버려졌던 아이들.

아무도 그들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고,
그들은 묻지 않는 법을 배웠다.

1991년,
모든 시간들이 사라지고
800만 달러라는 숫자만 남은 땅 위로
계약서가 놓였다.

한 이탈리아 개발자가
그 자리에 ‘미래’를 짓고 싶어 했지만,
그 미래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이제 그곳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바람 부는 날이면
창틀 너머로
숨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치유되지 못한 이름들,
기록되지 않은 눈물들,
그리고 돌아가지 못한 몇몇의 시간들이
그 건물 안에
아직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건물은
무너진 게 아니다.
그저,
기억 속으로 이사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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