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 도착기 – 로키 열차 이틀째, 그리고 140년을 품은 호텔
열차는
열여섯 번째 커브를 돌고,
마지막으로 숨을 쉬듯 멈췄다.
밴프였다.
이틀째 기차 위에서 보낸 시간은
영화처럼 길었고, 기묘하게 빠르게 흘렀다.
눈은 지쳐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그 건물이 나타났다.
숲 속에 놓인 하나의 궁전.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너무 크고, 너무 고요해서
실재보다 더 영화 같았다.
그 이름은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1888년에 지어진
140년 된 호텔,
철도 위에 피어난 전설.
벽 하나, 창틀 하나까지
시간이 묻어 있었고
나는 그 시간 위에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세계 유네스코에서 잤다.**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1888년.
140년 전, 철도 위에 피어난 숲 속의 성.
그 순간만큼은,
나는 누군가의 꿈 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이곳의 진짜 주인은 누구였을까.
호텔을 향해 걷는 중,
작은 돌 위에 놓인 팻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땅은 원래,
버펄로와 원주민의 길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치 무언가가 내 등을 가만히 눌렀다.
140년 전의 발자국이,
내 여행 가방을 뚫고 들어온 듯한 기분.
밴프의 밤은
조용히, 모든 것을 다 품는다.
그 밤,
창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눈과 숲,
그리고 아주 멀리 떨어진 산등성이뿐.
그저,
이 공간이 내게 말을 걸어주길 기다렸다.
- 이 호텔은 1888년, 철도 개통과 함께 시작되었다.
- 캐나다를 동서로 잇는 철도 위에 지어진 전설.
- ‘유령이 나오는 호텔’로 알려졌지만
오늘 밤, 나는 그 유령과 함께 자고 싶다.
너무 크고,
너무 고요해서
그 존재감이 오히려
몽환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