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회복이 겹쳐진 밤, 페어몬트 밴프 호텔에서
그날 밤,
신부 유령이 내 옆방에 묵었다.
누군가 그랬다.
결혼식을 올리던 날,
그녀는 호텔 계단에서 떨어졌고
그 이후로 매년 같은 방을 찾아온다고.
처음엔 웃었지만,
문득,
그 말이 웃기지 않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
떠나지 못한 이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간절한 순간이었을까.
누구보다 사랑했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 방에 남은 사람.
그녀는 아직,
그날의 드레스를 입고 있을까.
호텔은 조용했다.
140년의 세월이
벽과 바닥에 쌓여 있었고,
나는 그 위에
조심스레 이불을 덮고 누웠다.
창밖으로는
눈과 별이 동시에 내리고,
창 안으로는
시간이 내 어깨를 감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이 방은 나를 위로했다.
조용해서 좋았고,
고요해서 괜찮았다.
밤엔 전설이 머물고,
아침엔 회복이 깃드는 호텔.
전설과 회복 사이,
나는 그저
살아 있는 사람으로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 꿈속에서 누군가 내 손을 잡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 드레스 끝자락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