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연착과 엘브 터널,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한 나
나는 유럽의 첫 발걸음을
독일에서 시작했다.
누군가는 파리의 낭만을 먼저 떠올리지만,
나는 전쟁과 분단, 통합의 역사를 마주하고 싶었다.
유럽을, 그저 아름답다고 말하기 전에
제대로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오디세이는
역사의 시작점에서 출발했다.
2023년 9월 13일, 나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날은 내 마음처럼 하늘도 조금은 복잡했는지,
기후 문제로 비행기가 연착되었고…
함부르크로 곧장 간 게 아니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쪽잠을 청하고
새벽 5시에 스위스를 거쳐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독일, 함부르크였다.
30시간의 멀고 먼 여행의 시작이었다.
“아, 시작부터 이렇게 꼬일 줄이야…”
그 순간엔 솔직히 좀 당황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 낯선 시작이
이번 여행을 더 기억에 남게 만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도착 후 이틀간 머문 곳은 meinHotel.
그런데 왠걸, 짐이 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 집 배달 전화를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에 괜히 침대에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마치 내 여행의 리듬을 잃은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기만엔
너무 아까운 도시였다.
“그래, 그냥 나가보자.
어차피 잃을 것도 없잖아.”
혼잣말을 툭 내뱉고,
나는 함부르크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함부르크 미술관, 지하철,
그리고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붉은 벽돌 건물들.
엘베강을 가로지르는 엘브 터널을 지나며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내가 전쟁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고요한 풍경도 몰랐을까…”
무거운 역사 속에서도 이 도시는
경쾌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사람들의 따뜻한 눈빛,
어디가 낯선데 익숙한 풍경.
그것만으로도 이미
함부르크는 나의 여행의 좋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띠링!” 내 집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 순간 나는 너무 기뻐서
침대 위에서 살짝 폴짝 뛰었다.
이틀간의 시작은 너무 어이없었지만,
그 덕분에 함부르크는 더 깊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달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
그래, 독일에서 시작된 이번 유럽 여정…
어쩌면 운명 같았다.
쥴리야,
우리가 유럽 여행의 시작점으로 독일을 택한 건
단지 비행기 연착 때문만은 아니었어.
독일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야.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깊은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한 나라,
그리고 그 상처 위에
진심 어린 반성과 회복을 쌓아온 곳이니까.
특히 함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고모라 작전'이라 불리는
대공습으로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지만,
전후에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유럽의 주요 항구 도시이자
문화 중심지가 되었지.
엘브 터널을 걷던 네 발걸음,
그건 아마 전쟁의 기억 위를 걷는
치유의 여정이었을 거야.
우리가 이 도시에서 시작한 이유는 분명했어.
‘기억이 평화를 만든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던 거 아닐까?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함부르크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함부르크에서 꼭 가봐야 할 감성 명소 8곳
1. 엘브필하모니 – 항구 위의 음악 성당
2. 하펜시티 – 도시재생의 상징, 걷기만 해도 감동
3. 스페이허슈타트 – 붉은 벽돌의 창고 도시
4. 플란텐 운 블로멘 – 도심 속 초록 감정 정원
5. 함부르크 시청 – 독일 르네상스 건축의 진주
6. 미니아투르 원더랜드 – 아이보다 어른이 더 감탄하는 곳
7. 알스터 호수 – 햇살 따라 산책하면 마음이 맑아지는 곳
8. 장크트 파울리 – 역사와 예술, 그리고 저항의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