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urora Light

밤하늘에 말을 걸다, 피라미드 레이크에서

재스퍼에서 가장 조용했던 그 밤의 기록

by 헬로 보이저

콜롬비아 빙하를 지나

재스퍼 마을에 들어섰을 때,

무언가 달랐다.


밴프의 세련된 공기와는 다른

덜 손질되고, 더 본능적인 공기.

재스퍼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을 감쌌다.


그날 밤 11시.

나는 따뜻한 옷을 껴입고

재스퍼 마을 북쪽에 있는

피라미드 레이크로 향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자전거로 달려 도착한 그곳.

작은 풀밭 위에 누워

눈을 감고 하늘을 기다렸다.


10분쯤 흐르고

어둠에 눈이 적응되자

별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그리고 이윽고—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

마치 조용한 기도처럼,

밤을 천천히 물들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 순간은, 그저 내 것이었다.


‘여기서 숨 쉬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 밤의 피라미드 레이크는

지구가 아니라,

광활한 우주의 한 조각처럼 느껴졌다.


별빛은 내 안의 복잡함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내 마음은 고요하게 환해졌다.


에필로그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그 별빛을 꺼내 보여줄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그 밤의 은하수를

조용히 마음속에 간직해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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