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아이스필드에서, 우리가 마주한 지구의 마지막 계절
레이크 루이스를 떠난 후,
길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
차창 밖엔 사람이 사라지고,
시간마저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는 설원만 남았다.
그렇게 2시간 가까이,
계절의 끝을 향해 달려
우리는 마침내
‘지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콜롬비아 아이스필드에 도착했다.
세상에 단 23대뿐이라는 6륜 차.
한 대는 남극에,
한 대는 호주에,
그리고 한 대는—
지금, 내 발밑의 빙하 위에 있어.
나는 지금,
사라지고 있는 계절 위를 걷고 있다.
버스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마침내 도착한 이곳은
지구의 시간마저 멈춘 듯한 곳.
캐나다 로키의 심장,
‘콜롬비아 아이스필드’였다.
빙하는 생각보다 훨씬 높았고,
우리는 그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세계에 단 23대뿐이라는
‘아이스 익스플로러’를 타고서.
차에서 내린 순간,
발끝이 닿은 얼음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단단했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숨 막히도록 고요했다.
나는 그 위에서
아주 오래된 시간 위를 걷고 있었다.
학자들은 말한다.
이 빙하는 50년 후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기후변화의 속도는 너무 빠르고,
지구의 눈은 그렇게 조용히 녹아가고 있다고.
그래서였을까.
손에 닿는 공기는 얼음보다 투명했고,
눈앞의 빛은 세상의 시작처럼 깨끗했다.
빙하는 단지 얼음이 아니었다.
그건 천만년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하늘색 서사시 같았다.
가이드가 말했다.
“이곳은 ‘물의 탑’이에요.
여기서 흘러나간 물이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로 흘러갑니다.”
세 개의 대륙분수령이 만나는 지점.
지구에서도 드문 ‘하이드로로직 아펙스’.
나는 물 한 모금을 손으로 떠 마셨다.
온몸이 차가워졌고,
그 차가움은 묘하게 생기를 불어넣었다.
빙하의 언덕 위에서,
나는 눈을 감고 바람을 들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들려온 건 내 심장소리.
그리고 아주 멀리서,
빙하가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
그날, 나는
사라져 가는 무언가를 밟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
나는 몇 번이나 뒤돌아봤다.
빙하는 말이 없었지만,
그 위에 남은 내 발자국이
언젠가는 사라질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간절히,
더 조용히,
마음에 새겨두었다.
사라질 것을 안다는 건,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