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urora Light

그날 열차는 한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1950년, 캐나다 로키에서 일어난 충돌 — 말 한마디의 무게에 대하여

by 헬로 보이저

재스퍼에서 다시

로키마운티니어에 올랐다.


기차는 천천히,

산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한 마을을 뒤로하고

깊은 숲과 강을 지나

우리는 다시

서쪽으로, 캠룹을 향해 달렸다.


창밖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기차 안은 조용했다.

모두가 창밖을 응시하며

자신만의 생각 속으로 잠겨 있었다.


그때였다.

열차 안에서 가이드가 조용히 말했다.


1950년 6월, 한반도에 전쟁이 시작되었죠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캐나다 로키 산맥 한가운데에서,

그 전쟁을 막기 위해 출발한 한 대의 열차가 있었죠


23명의 장교,

315명의 캐나다 왕립기병대.

그들은 **한국전쟁 파병 부대**였어요


목적지는 서울도, 부산도 아닌

먼저 ‘전쟁터로 가는 길’.

그리고 그 길은,

로키산맥의 깊은 숲과 산을 뚫고 이어진 철도 위였지요.


피어사이드(Fearside)의 밤


그날 밤, 또 다른 열차가 동쪽에서 달려오고 있었어요

두 열차는 같은 선로 위에서, 서로를 향해 달리고 있었어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이때, 관제실에 있던 **22세의 청년 잭 아더 튼 (Jack Atherton)**.

그는 군용 열차에 **측선(Siding)으로 빠지라**는 명령을 단 **한 번** 전달했지요


하지만 당시 철도 규정은 이 명령을 반드시

**두 번 이상 반복 전달해야** 했어요


다만, 그 규정은

‘Should be repeated’ —

**“반복해야 한다”**가 아닌

단지 **“반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식으로만 적혀 있었죠


잭은 두 번째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두 열차는 충돌했지요


전쟁터로 향하던 병사들의 여정은

캐나다 로키 산속에서 멈췄다.


바뀐 단어, 지켜진 생명


그날 이후, 캐나다는 철도 규정을

단 하나의 단어로 바꿨다.


**‘Should be repeated’ → ‘Must be repeated’**


‘~해야 한다’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로.


그 작은 차이가,

이후 수많은 생명을 지켰다.


잭 아터튼은 감옥에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평생,

**자신이 하지 않은 그 ‘두 번째 말’**과 함께 살아야 했다.


그날, 로키 산맥의 어둠 속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열차는 멈췄다.**


나는 그 말에 잠시 얼음이 돼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 충돌이 남긴 교훈은

지금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

그 이야기가
나를 무겁게 했다.

그저 다른 나라의 전쟁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그 열차의 비극이,

사실은
우리나라의 전쟁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젊은 군인들이,
이름도 이유도 모른 채,
순결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오늘,
그들을 위해 조용히
묵념한다.

늦게나마
마음을 다해.


우리는 잊기 쉽다.

‘말’은 단지 소리가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날 피어사이드의 열차는

우리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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