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운행지도. 재스퍼 호수.
재스퍼 빌리지. 페어몬트 골프장
페어몬트 근처 호수. 페어몬트 골프장 호수
재스퍼에서 자전거를 탔다.
말이 자전거지,
그건 감정 위를 미끄러지는 바퀴였다.
왼쪽은 호수, 오른쪽은 숲.
바람이 좋았고, 길이 조용했다.
심장은 천천히 리듬을 탔고,
마음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눈앞이 뿌예질 정도로 세차게 내린 비.
비를 피해서
페어몬트 골프 리조트 클럽하우스로 들어섰다.
젖은 자전거 헬멧 그대로,
다 젖어버렸지만 난 그곳에 놓인 손수건과
놓인 사과까지 가지고 자리로 앉았다.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멤버십 있으신가요?”
“아뇨. 커피 마시러 왔어요.”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 온기는, 마치 나 자신을 조용히 안아주는 듯했다.
비가 그쳤고,
트레일 길을 향해서 출발했다.
안넷 호수로 향했다.
물빛은 너무 고요해서,
나도 조용히 발을 멈췄다.
그때였다.
현지 언니들이 다가와 말했다.
“한 번 타볼래?”
나는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의식에 탔다.
나는 현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살짝 뻔뻔한 용기’를 품고 걷는다.
눈치 보다 눈빛을 믿고,
틀보다 온기를 따른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제안에
“응” 하고 웃으며
그냥 올라탈 수 있는 사람.
우린 이미 여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행이 ‘되어버린 사람’이다.
재스퍼는 ‘마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시적인 곳이다.
길은 정갈하고 조용하며,
하늘은 낮고 구름은 부드럽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어울리는,
조용한 회색빛의 정서가 흐른다.
클럽하우스 근처의 페어웨이엔
엘크(큰 사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걷고,
사람들은 그저 바라볼 뿐이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마을.
그리고 마을 끝자락,
**피라미드 호수 (Pyramid Lake)**
그곳에서 은하수를 봤다.
조용한 물과 깊은 산이 만나는 곳.
맑은 날엔 구름이 산에 걸리고,
흐린 날엔 호수 안쪽이 오히려 더 밝게 빛난다.
그곳에서,
우린 잠시,
우리 자신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계획 없이 움직인 하루,
나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날, 여행 그 자체였다.
애서바스카 폭포. 피라미드 아일랜드
인터프리티브 사이니지. 피라미드 호수 카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