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의 수도 주노
주노 항구 – 알래스카 주도의 관문, 크루즈 선박이 정박하는 부두
멘덴홀 호수 – 빙하와 산이 비치는 고요한 호수. 멘덴홀 빙하 숲길
알래스카의 수도, **주노(Juneau).**
미국에서 유일하게 **도로로는 들어갈 수 없는 주도.**
배나 비행기로만 닿을 수 있는 이곳은
육지보다 바다에 더 가까운 도시다.
도시라기보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잠시 머무는 **정거장** 같다.
걸음을 옮기면 금세 안개가 피어오르고,
산등성이엔 빙하의 숨결이 내려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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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에는 자동차보다 곰이 많고,
사람보다 비가 먼저 도착한다는 말이 있다.
연중 230일 이상 비가 내려
습하고 축축한 회색빛이 거리를 감싸지만,
그 안개와 비를 뚫고 나가면
푸르른 빙하와 깊고 조용한 숲이 기다린다.
> “주노는 빙하와 인간 사이,
> 가장 가까운 도시다.”
그래서일까.
주노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과 마주 앉으러** 온다.
사람보다 더 오래된 얼음,
시간보다 더 무거운 물소리를 들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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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도 그중 한 명이었다.
크루즈에서 내려 **버스로 20분.**
우리는 멘덴홀 호수 곁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내렸고,
숲은 빗물을 머금은 초록으로 촘촘히 들어찼다.
회색빛 안개가 천천히 내려앉아
숲과 호수, 빙하가 한 호흡 안에 잠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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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심스레 숲길을 걸었다.
30분쯤 지났을까.
비에 젖은 흙냄새,
빗방울을 받으며 흔들리는 잎사귀의 소리.
그리고 그 고요를 뚫고—
먼저 들린 것은 **폭포의 굉음**이었다.
주노 다운타운 – 상점가와 골목길 레드 독 살룬 – 주노의 대표적인 올드 타운 바
다운타운 거리. 너겟 폭포 설명
너겟 폭포(Nugget Falls)
눈앞에 펼쳐진 **너겟 폭포(Nugget Falls).**
거대한 물기둥이 빙하 아래에서
폭발하듯 쏟아지고 있었다.
> “이 폭포는 아직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 안내판의 첫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과거 폭포는 더 빙하 쪽에 있었다.
하지만 얼음이 매년 물러나며
폭포의 자리도 함께 옮겨왔다.
얼음이 움직이면,
폭포도, 땅도, 도시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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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의 끝.
**멘덴홀 빙하(Mendenhall Glacier).**
푸른빛과 회백색이 섞인 거대한 얼음 벽이
숨을 죽인 채 호수 위에 서 있었다.
흐르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중**이라는 감각.
캡틴의 말처럼
이 빙하는 해마다 수십 미터씩 후퇴하고 있었고,
우리가 머물던 그 주엔 폭우가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도시 전체에 홍수 경보가 울렸다.
우리는 그 경보가 울리기 전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이 빙하를 만난 것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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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조금 더 알았다.
빙하는 단순히 녹는 것이 아니었다.
도시의 지형을 바꾸고,
사람들의 기억을 흔들며,
미래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
얼음은 움직이고,
움직이는 얼음은 모든 것을 움직인다.
주노의 빗속에서,
나는 느꼈다.
얼음이 한 도시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아직도 천천히 —
**진행 중이었다.**
멘덴홀 빙하 – 주노를 대표하는 거대한 빙하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