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라이더의 가을 일기
일산대교 한강 전망
가을볕이 부드럽게 등을 밀어주던 아침,
나는 자전거를 타고 파주를 출발했다.
페달을 밟는 다리보다 먼저,
가슴이 먼저 앞으론 나아가고 있었다.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
우리 회사의 현장이 있는 통일동산.
햇살에 반사된 철문과, 조용히 앉은 건물들이
예전보다 단단해진 눈빛을 하고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내 몸보다 더 무거운 자전거 배터리에 전원을 꽂았다.
두부 정식을 먹으며
일도 생각하고, 내 마음도 충전했다.
그리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임진각으로 향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소진되는 배터리
어쩔 수 없이 방향을 틀었다.
그 길은 일산 대교로 이어져 있었고,
다리를 건너서 김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포 자전거 길은 너무 잘되어있었다.
한강을 옆으로 하고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계속 달렸다.
30분 정도 더 갔을까,
바이커들의 성지라 불리는 한 곳에 닿았다.
크고 시끄러운 바이크들 사이,
고요히 주차된 내 점잖은 자전거 하나.
다들 나를 쳐다봤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의 자리로 갔다.
마치 혼자 다른 리듬으로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오늘 하루 중 가장 나다웠다고 느꼈다.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파주로 돌아가는 길.
이 하루가, 이 라이딩이
내게 어떤 문장을 남길지 생각하며
나는 또다시 페달을 밟는다.
오늘의 여정은 아마도
60km 남짓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 어딘가엔
그보다 훨씬 긴,
가을의 순환 하나가 새겨졌다.
라이더 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