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뒤, 고요한 마음에게 보내는 편지
어느새 또 명절이 지나갔다.
누군가에겐 따뜻한 웃음과 사람이 모이는 날이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묵묵히 견뎌낸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새벽부터 기름냄새 속에 서 있었고,
누군가는 하루 종일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리는커녕 앉을 틈도 없이 바빴다.
그래서 문득,
‘나는 왜 여기서 이렇게까지 애를 썼지?’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또 어떤 이는
온 집 안이 고요해서 더 외로웠다.
누구 하나 불 켜지 않는 집에 혼자 앉아,
‘괜찮아, 괜찮아’
몇 번이고 되뇌었지만—
TV 속 웃음소리에 괜히 눈물이 차오르고,
밥 한 끼조차 차려 먹기 힘든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명절은,
어쩌면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고단했든, 쓸쓸했든.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히 건너온 며칠.
명절이니까,
괜히 더 힘들고
괜히 더 외롭고
괜히 더 생각이 많아졌던 당신에게
이제 조용히, 이 말을 건네고 싶다.
“당신, 정말 잘하셨어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당신이 이렇게 잘 버티고,
그 시간들을 무사히 건너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조금 느슨해도 괜찮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
늦잠을 자도, 밥을 안 먹어도,
그저 햇빛 한 줌 받으며
창밖을 보기만 해도 괜찮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겠지만,
그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꿋꿋이 살아갈 당신을 위해
나는 지금, 이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한 박수를 보낸다.
“참 잘하셨어요, 정말.”
그 말 하나면 오늘은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
이번 명절도 잘 지나온 자신에게
조용히, 다정히 말해주자.
한 그릇의 미역국,
오래된 드라마 재방송,
그리고 찜질방처럼 따뜻한 방 안.
명절은 지나갔고,
나는 오늘을 무사히 건너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