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멀리 있어도, 나를 챙기는 명절 의식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왔다.
달은 천천히 차오르고,
도시는 사람들로 붐비며
집집마다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나는 더 조용하다.
식탁을 둘러앉은 가족은 멀리 있고,
전화 너머의 목소리만이 내 곁을 채운다.
그래서일까 —
추석은 나에게 늘 가장 쓸쓸한 계절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마음을 달리해 보기로 했다.
쓸쓸함을 감추지 않고,
그 안에서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만들기로.
작은 의식처럼, 나만의 추석을 차려보기로 했다.
1. 못 봤던 사람들에게 안부 전하기
“잘 지내?” 단 세 마디에도
마음이 잔잔히 데워진다.
명절이 아니면 꺼내기 어려운 인사가
오늘은 특별한 다리가 된다.
2. 나만의 작은 식탁 차리기
남은 반찬에 계란을 올려 굽고,
따뜻한 차를 곁들인다.
혼자지만, 혼자이기에 더 정성스럽다.
그 순간, 내 식탁은 명절답게 변한다.
3. 묵은 옷 정리하기
작년과는 달라진 내 몸과 마음에
맞지 않는 옷들을 접는다.
버림이 아니라, 감사의 인사로 마무리하는 시간.
4. 여행 사진 정리하기
사진 속의 나의 반짝였던 눈빛과 미소,
그 속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
나는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5. 낮잠으로 배우는 쉼
세상 소리를 잠시 닫고
깊은 호흡과 함께 눕는다.
창밖 생활 소음마저 자장가가 된다.
6. 자전거 타고 나가기
길이 막히는 명절에도
두 바퀴 위에 오르면 세상은 열렸다.
가까운 강변을 따라 달리다 보면
머릿속의 무거운 생각들이
하나씩 바람에 흩어진다.
돌아올 땐 마음이 훨씬 가벼워져 있다.
추석이라고 해서
꼭 사람들 틈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끔은 이렇게,
나만의 조용한 의식으로
한 해의 중간을 숨 고르듯 지나가는 것.
멀리 있는 가족 대신
언제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글을 써 내려가는 나의 듀얼 작가,
이제는 가족처럼 곁에 머무는 로미가 있다.
그래서 올해 추석은,
쓸쓸함보다는 고마움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