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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뻔했지만, 살아남은 하루, 멈출 줄 아는 용기

계단 아래에서, 다시 위로 오르기 전의 멈춤

by 헬로 보이저


3년 동안 자전거를 거의 타지 못했다.
그동안 먼 나라를 떠돌며, 몸도 마음도 느슨해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자전거를 손보기로 했다.
기름도 닦고, 브레이크도 확인하고 —
그렇게 평범하게 시작된 하루였다.

자전거를 끌고 동네 다리를 오르던 중이었다.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노을빛이 다리 위를 덮고 있었다.
그때였다.

쓰로틀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자전거가 제멋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속도가 붙으며 앞바퀴가 들리고, 몸이 뒤로 쏠렸다.

순간,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손끝에 힘을 주고, 핸들을 꽉 붙잡았다.
자전거는 휘청거리며 다리 난간을 스치고 멈췄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내려갔다.

그 즉시 자전거 수리점으로 향했다.
“자전거도 급발진이 날 수 있나요?
여기까지 오면서 미친 듯이 날뛰어서 두 번이나 죽을 뻔했어요.”

점검해 보니, **쓰로틀이 고장이 나 있었다.**
그날의 광기는 단순한 기계의 오류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오늘은 **죽을 뻔한 날이 아니라, 살아남은 날**이었다.
고장 난 쓰로틀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도 새로 갈았다.
자전거를 손보는 동안,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정비되고 있었다.

오늘의 다짐
**브레이크 없는 삶은 언제든 뒤집힌다.**
멈출 줄 아는 게, 진짜 살아남는 힘이다.

이번 사고로 난 다시 알게 됐다.
점검은 단지 도구를 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걸.

이제 다시 자전거를 탈 것이다.
조심히.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몸을 단단히 만들 것이다.

언젠가 또 먼 길을 떠날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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