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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여름이 다가올 때, 씨앗이 말을 걸었다

센트의 약속이 25달러의 미래가 되기까지

by 헬로 보이저


매년 겨울이면 나는 늘 미국의 가족들에게 갔다.
하지만 이번 12월은 다른 곳으로 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로 간다.
그곳에서 호주 친구가 새로 시작한 식물 사업을 돕기 위해서다.

그는 원래 글 작가였다.
도시의 서점과 도서관을 전전하며,
문장을 다듬고, 단어 하나에 매달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문득 말했다.
“단어 대신 씨앗을 심고 싶어 졌어.”

일 년 전, 그는 집 한 채와 2 에이커,
작은 축구장 두 개만 한 땅을 구입했다.

집 바로 뒤에는 호수가 있다

그곳에 말들과 캥거루가 와서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축구장보다 두배나 더 큰 그 넓은 흙 위에,

너무 작아서 손끝으로 잡히지도 않는 씨앗을 심었다.

씨앗이 너무 작아 그는 **스포이트**로 하나씩 떨어뜨렸다.
햇살이 가득한 여름 오후, 손끝의 물방울이 흙을 적실 때마다
그의 표정엔 오랜만의 설렘이 묻었다.

사흘 뒤,
그 씨앗들이 거의 모두 **싹을 틔웠다.**

“씨앗 하나는 3센트야.
자라면 25달러가 돼.”

그가 키우는 건 **셀로시아(Celosia)** —
한국에선 ‘맨드라미 속 불꽃꽃’이라 부르는 식물이다.
불꽃처럼 피어나는 이 꽃은 관상용으로도,
식용으로도 쓰인다.

최근 그는 **호주 정부의 창업 보조금(start-up grant)**에 지원했다.
최대 10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는,
소규모 묘목장 창업 프로그램이다.

호주는 농업을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지역 생태와 문화의 기반**으로 본다.
그래서 흙 위에서 무언가를 ‘새로 심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서류가 많아서 힘들긴 해도,
다시 쓰는 느낌이야. 이번엔 종이가 아니라 흙 위에.”

그의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종이 위에 쓰던 문장들이
이제는 잎과 줄기로 피어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지금 호주는 여름으로 향하고,
나는 파주의 가을 속에 있다.
그는 흙 위에서 식물을 일구고,
나는 책상 위에서 단어를 일군다.

둘 다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고,
결국엔 빛을 향해 자란다.

**우린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은 방식으로 자라고 있었다.**
그의 밭엔 셀로시아가 피어나고,
내 마음엔 이야기가 자라났다.

셀로시아(Celosia)란?
- 한국명: **맨드라미 속 불꽃꽃**
- 특징: 불꽃 모양의 꽃으로 관상용·식용 모두 가능
- 재배지: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며,
호주 NSW 지역의 여름 환경에 특히 적합

호주 정부의 원예 창업 보조금
- 목적: 지역 농업·원예 산업 육성 및 도시 녹화
- 대상: 소규모 묘목장, 식물 스타트업, 지역 기반 비즈니스
- 지원 금액: 최대 **30,000 AUD** (약 2,600만 원 상당)

그는 여전히 씨앗을 심고,
나는 여전히 문장을 심는다.
다른 언어, 다른 계절, 같은 시작.

**씨앗은 땅에서 자라고,
말은 사람 안에서 자란다.**
이번 겨울, 나는 그 두 가지 자람을 함께 지켜볼 것이다.

“글을 쓰던 손이, 이젠 흙 위에 문장을 심는다.”


이번에 가면, 많은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과연 내가 가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그런 걱정도 조금은 든다.

그래도,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그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지,
벌써 마음이 앞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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