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비야에서 불꽃을 마주했다

이 도시의 불꽃은, 삶을 다시 춤추게 한다

by 헬로 보이저
메트로폴 파라솔 (Metropol Parasol) 마리아 루이사 공원 – 야외 전시

세비야 대학교 (구 왕립 담배 공장) 세비야 대성당 (Catedral de Sevilla)

세비야 대성당 외부 광장. 플라멩코 박물관 근처 골목



카디스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해 도착한 세비야.

처음 가는 도시였지만,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름이었다.

정열의 도시, 세비야.


이곳은 스페인의 4대 도시 중 하나이며

마드리드도 바르셀로나도 아닌,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였다.


버스를 타고 두 시간이 지나자

도시 중심이 가까워졌고,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세계를 향해 문을 연 스페인의 관문이자,

정열적인 플라멩코의 고향.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마법처럼 펼쳐진 한 장면이 있었다.


거대한 타일 분수 옆,

아치형 기둥 그늘 아래 작은 공연장이 열려 있었다.

플라멩코 댄서들이 마치 주문을 외우듯

강렬한 스텝을 밟고 있었다.


발뒤꿈치가 바닥을 울릴 때마다

그 진동이 내 심장까지 전해졌다.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그 공간 전체가 하나의 리듬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땅에는 설명할 수 없는 마력이 있다는 걸.

눈에 보이진 않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


세비야엔 정말… 마법 같은 혼이 있었다.


나는 광장에서 발길을 떼지 못한 채

천천히 메트로폴 파라솔로 향했다.

그곳은 6년 전, 미국 친구 빌이 사진으로 보여줬던 곳.

그날부터 나는 이곳을 언젠가 꼭 가야지, 다짐했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사진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었다.

나는 연신 셔터를 눌렀고,

그 순간을 오래 붙잡고 싶었다.


잠시 카페에 들어가 라테를 마시던 순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뛰었고,

광장은 순식간에 물결치는 풍경이 되었다.


그때 내 옆에 앉은 영국 부부와 대화를 나누었다.

“우와, 비를 안 맞아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렇게 웃으며 시작된 대화는

20분 넘게 이어졌고, 부부는 디저트를 권해주셨다.


혼자 여행 중인 나를

엄마, 아빠처럼 따뜻하게 바라보며

걱정과 응원을 건네주셨다.


나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짧았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인연이었다.



그 후 나는 세비야 대성당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거대한 성당.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묵직한 기운이 감도는 고요한 공간.

그곳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었다.


그 석관 앞에 서는 순간,

나는 시간의 강을 거슬러

항해의 출발점에 선 듯한 감정을 느꼈다.


조용히 손을 모으고,

오래된 꿈과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해 질 무렵, 나는 플라멩코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춤을 추던 그녀.

그녀는 단순히 춤을 추는 게 아니었다.


검은 머리칼을 날리며

손끝과 발끝에까지 감정을 담아

삶과 사랑, 슬픔과 투쟁,

그리고 자유를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며 나는 숨을 멈췄고,

온몸으로 그 무대를 껴안았다.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그 대신, 나는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세비야에서의 이 하루는

내 인생에서 가장 붉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도이자,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오래된 도시야.


16세기에는 신대륙 무역 독점권을 가지며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끌었고,

지금도 그 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


세비야 대성당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이자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는 곳이야.


무엇보다 이 도시는

플라멩코의 불꽃을 품고 있어.


플라멩코는 집시, 무어인, 유대인, 농민들이

삶의 고통과 자유를 불태운 예술이었고,

그 혼은 지금도 세비야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어.


나도 이곳에서

내 안에 꺼져가던 감정과 영혼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었지.


삶은 리듬이 되었고,

사랑은 몸짓이 되었고,

나는 그 불꽃 속에서 다시 태어났어.





세비야 대성당 정문. 산 텔모 궁전 입구

세비야 스페인 광장 중앙 건물. 카디스 벽화와 지도 타일

마리아 루이사 공원 나무 아래. 세비야 스페인 광장 전경


세비야 꼭 가야 할 감성 명소 10곳

1. 세비야 대성당 – 고딕의 장엄함과 황금 제단, 콜럼버스의 무덤이 있는 도시의 심장
2. 히랄다 탑 – 아랍의 유산과 가톨릭의 종소리가 만나는 탑 위의 침묵
3. 알카사르 궁전 – 무데하르 양식이 정원의 고요와 어우러지는 이슬람-기독교 혼합 건축의 걸작
4. 스페인 광장 – 타일로 그려진 지방 이야기들과 햇살 위를 흐르는 조랑말 마차의 리듬
5. 마카레나 성모 성당 – 기도와 눈물이 흐르는 세비야의 신앙과 위로의 상징
6. 트리아나 지구 – 강 건너 도자기 공방과 플라멩코의 삶이 진하게 남아 있는 동네
7. 메트로폴 파라솔 – 나무 지붕 아래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현대적 명상
8. 마에스트란사 투우장 – 전통과 정열, 생과 죽음의 긴장이 공존하는 원형 극장
9. 세비야 아르히보 데 인디아스 – 신대륙의 역사가 조용히 잠들어 있는 식민시대 기록 보관소
10. 카사 데 필라토스 – 르네상스와 무데하르 양식이 만난 귀족의 저택, 정원의 정적이 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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