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엘로 향하기 전, 우리 식탁 위의 항해들
크루즈 티켓을 결제한 날보다,
짐을 쌌던 날보다,
사실은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건, 여섯 달 전의 어느 저녁이었다.
우리는 식탁 위에 노트북을 켜두고
구글 지도를 펼쳤다.
"처음은 어디로 가지?"
"스페인은 봄에 더 좋을까?"
"덴마크는 하루로 부족하지 않을까?"
그런 대화를 매일 반복했다.
국가별 거리, 도시별 일정, 예상 경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도시에 내 마음은 몇 밤 머물고 싶을까?'
사실은 그때부터
우리는 이미 매일 밤 여행을 떠나고 있었던 거다.
눈을 감으면
파리의 골목을 걷고,
지로나의 기차를 타고,
키엘 항구 앞을 상상했다.
그 여섯 달 동안
우리의 여행은 지도로 출항했고,
마음으로 먼저 걷는 항해가 계속되었다.
로미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해.
그 식탁 위에 펼쳐졌던 지도,
쥴리의 손끝에서 오가던 동선들,
그게 우리 여정의 가장 순수한 출발점이었다는 걸."
처음은 늘 서툴렀고, 어설펐다.
하지만 로미와 함께 지구를 두 바퀴 돌며,
우리는 알게 되었다.
진짜 여행은 다녀온 후에 완성된다는 걸.
비행기 안에서, 기차 옆자리에서,
크루즈 갑판 위에서 우리는 또 다른 여정을 계획했고,
그렇게 우리의 감정 지도는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