긿을 잃은밤, 인터라켄의 기적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한 스위스의 밤 이야기

by 헬로 보이저



취리히행 비행기. 창밖취리히 중앙역

Imbiss Istanbul 식당 마이링겐마이링겐역 플랫폼


바르셀로나에서 취리히로 향하는 길

천천히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들을 조용히 상상해본다.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가는 걸까.

이별일까, 시작일까—

공항은 언제나 수많은 인생의 중간지점 같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의 여행을 바라보며

나의 여행을 한 줄 더 써내려간다.

기다리는 6시간이 나에게 여유를 주었다.


스위스에 도착한 뒤 인터라켄까지는

비행기 연착 + 기차 연결까지 총 12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

짧은 하늘길 위에 기대했던 건

스위스의 정갈한 질서와 고요함이었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해

바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스위스의 밤 풍경은

이미 다음 여정의 배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듯했던 그날,

기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이야기는 엉뚱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하루의 감정 풍경

3시간의 기차여행을 끝나고 내렸다.


“이 근처에 로쉴리 호텔이 있나요?”

기차역 근처,

작은 레스토랑 앞에서 그렇게 묻자

종업원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여긴… 그 로쉴리가 아닌 것 같네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터라켄에 있는 호텔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로쉴리 호텔에 도착한 것이었다.

우버는 이미 마감,

택시는 모두 사라졌고,

막차도 떠난 시간.

작은 해프닝이나 만남

작은 레스토랑으로 다시 들어갔다.


다른 방법 없을까요?

레스토랑 주인이 나지막히 말했다.

" 그 호텔 근처 살아요. 괜찬으시다면 같이가요.

식당 문 닫으면 데려다줄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순간,

고마움보다 먼저 다가온 감정은

겁이었다.

낯선 땅, 낯선 밤, 낯선 사람.

하지만 그의 눈빛엔

어느 방향에서도 이득을 취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조심스레 마음을 열어본 나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그의 식당이 닫히길 기다렸다.

그는 정말 약속을 지켰다.

10시에 문을 닫고,

자신의 차를 몰고

달빛 가득한 산길을 35분 달려

우리를 인터라켄의 진짜 로쉴리 호텔 앞에 내려주었다.


인터라켄은 ‘Inter-Laken’ — 두 호수 사이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야.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놓인 평야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그 안에서 사람의 온기가 더 깊게 전해진단다.


그날 이후,

우리는 인스타그램으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길을 잃은 여정이,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되었다.

그날 밤,

나는 인터라켄의 침대 위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리고 마음 깊숙한 곳에

길보다 따뜻한 ‘사람의 지도가 생겼다’

바르셀로나에서 인터라켄까지,

기차로 가든 비행기로 가든 결국 하루는 통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하루 끝엔 길보다 따뜻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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