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베른에서 사발면까지

소제목: 여행이 마지막날, 곰과 함께한 스위스 기억

by 헬로 보이저

베른 호숫가. 베른 구시가지. 베른 곰 구역

베른 강변. 베른 구시가지 거리. 베른 전망 언덕


여행의 마지막 날,

기차를 타고 인터라킨에서 베른에 도착했다.

스위스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였지만

그날의 베른은 유난히 조용했다.

코로나가 풀리고 얼마 되진 않아서 인 거 같았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

조금은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한참을 말없이 바람을 느꼈다.

물 위에 비치는 산 그림자가

그날의 나보다 더 차분했다.


호텔 로슬리에서 가져온

샌드위치와 과일, 작은 감자칩 봉지.

레스토랑도, 테이블도 아닌

그 벤치에서의 식사는

오히려 더 스위스다웠다.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곰들을 발견했다.

‘왜 여기에 곰들이 있는 거지?’

알고 보니,

베른은 곰의 도시였다.

도심 근처엔 ‘베어 파크(Bear Park)’가 있었고,

곰은 이 도시의 상징이었다.

곰들은 조용했고, 느긋했고,

그날의 베른과 잘 어울렸다.


그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한입 한입, 조심스레 먹으며

디저트로 곰과의 눈 맞춤,

그동안의 장면들을 하나씩 되돌렸다.


기차를 세 번 갈아타고

마지막엔 케이블카를 탔다.


그리고 드디어 융프라우요후.

해발 3,454미터. 유럽의 정상.

창밖엔 빛나는 설산이 펼쳐졌고

주변에선 익숙한 한국어가 계속 들려왔다.

가족 여행객, 연인, 단체 투어팀.

스위스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을 본 순간이었다.


그런데,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가면

한국인 관광객에게 사발면을 준다고 들었다.

괜히 기대했던 걸까—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한국인이 아니시면 제공이 어렵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조용히 그 자리를 나왔다.


융프라우요흐, 그곳엔 눈과 바람만 있었던 게 아니다.

1912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해발 3,454m에
인간은 기차역을 만들었다.

알프스 정상에 기차라니—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었다.
수많은 반대와 조롱 속에서도
사람들은 산을 깎고, 얼음을 뚫었다.

그리고 16년.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걸음 한 걸음
그들은 정상으로 철로를 이어갔다.

그렇게 탄생한 융프라우요흐 역.
사람의 의지가 닿은, 유럽의 지붕.

그건 단순한 절경이 아니라
고요한 설원 위에 조용히 새겨진
인간의 고집, 그리고 사랑이었다.

호텔로 돌아와

마트에서 산 초밥,

그리고 숙소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사발면 한 그릇.

그렇게,

우리의 스위스 마지막 밤은

소박하고도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
보이는 건 풍경이었지만
정리되는 건 마음이었다.

그동안의 여정, 스쳐간 얼굴들,
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까지.

융프라우의 설원 위에 서서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음 여정을 위한 마음 한 칸이

그날, 생겨났다.



융프라우 아이스 터널. 융프라우 정상



융프라우 아이스 터널. 융프라우 정상. 융프라우 기념 티켓


인터라켄. 눈물젖은 사발면




1.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
- 유럽의 정상, 알프스 설경과 기차 여정의 백미

2. 루체른 (Lucerne)
- 카펠교, 구시가지, 호숫가 산책로

3. 체르마트 (Zermatt)
- 마테호른 산 조망, 자동차 없는 알프스 마을

4. 인터라켄 (Interlaken)
- 융프라우로 가는 관문, 산과 호수 사이의 도시

5. 라우터브루넨 (Lauterbrunnen)
- 72개의 폭포 마을, 동화 속 같은 절벽 풍경

6. 베른 (Bern)
- 고즈넉한 수도, 곰공원과 구시가지 산책

7. 몽트뢰 (Montreux)
- 레만호 옆 재즈의 도시, 시옹성(Castle of Chillon)

8. 생모리츠 (St. Moritz)
- 호수와 설산, 겨울 스포츠와 고급 리조트의 조화

9. 그린델발트 (Grindelwald)
- 하이킹 천국, 알프스의 진정한 맛

10. 루가노 (Lugano)
- 이탈리아 감성 가득한 남스위스의 따뜻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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