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여정의 밀도
크루즈 선상 아침 햇살. 마르얀 언덕 아래 정원길
스플리트 전경 (바다에서 본 구시가지) 스플리트 요트 정박지
스플리트 마르얀 경기장 주변. 리바 거리 (Riva Promenade)
스플리트 항구에 도착한 아침,
크루즈를 내리자마자 느껴졌다.
오늘은 무조건 많이 걷는 날이라는 예감.
리바 해안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카페들이 줄지어 있었고,
모두들 커피잔을 내려놓지 않았다.
나도 중간쯤 되는 자리 하나 골라 앉았다.
구운 오믈렛과 진한 커피 한 잔.
내 발밑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 잡았다.
이 도시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식사 후,
올드타운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그 이름은 거창했지만,
실제로는 ‘입장’이란 것도, ‘경계’도 없었다.
그냥 걷다 보면—
갑자기 기둥이 나타나고,
그 기둥들 사이로
햇살이 흘러들고 있었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1700년 전 로마 황제의 궁전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 궁전은 서기 305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자신의 ‘은퇴’를 위해 직접 설계하고 지은 전용 저택이었다.
그러니까 여긴,
전쟁도 권력도 끝난 후,
단 하나의 바람— “조용한 노년”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 같은 궁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궁전 안을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기둥 사이를 통과하고,
돌담 그림자 사이로 햇살이 들이치는 길을 따라
내 발길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확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걷기만 했다.
두브로브니크로 넘어가는 길은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해안선을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바깥만 바라봤다.
도착하자마자 걸었다.
성벽이 보이는 쪽으로.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안은
모든 것이 돌로 되어 있었다.
루자 광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고
사람들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착하게 된다.
성 블라이세우스 성당 앞에 도착했을 땐
딱 2시 방향에서 햇살이 정면으로 내리쬐었다.
사진을 찍으려다
그냥 포기하고 앉았다.
그 순간이 좋았다.
기억에 남는 건
항상 그런 장면이다.
햇살이 뜨거웠나 보다. 깜박하고 잠이 들었다.
구시가지 성벽 둘레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걸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었다.
멀리 항구가 보이고,
배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날 나는
많이 걸었고,
조금 탔고,
아무 말 없이 많이 보았다.
걸어서 도착한 장소들이
더 오래 남았고,
잠깐 탔던 버스 창밖도
이상하게 선명하게 기억났다.
크로아티아 갈곳 리스트
1.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Dubrovnik Old Town)
- 성벽 따라 걷기, 왕좌의 게임 촬영지, 바다와 돌담의 조화
2.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Split, Diocletian's Palace)
- 로마 유적과 일상이 섞인 거리, 석양이 멋진 리바 거리
3.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 (Plitvice Lakes National Park)
- 물빛이 초현실적인 16개 호수와 폭포들, 트래킹 코스 다양
4. 흐바르 섬 (Hvar Island)
- 보트 타고 들어가는 섬, 라벤더 향과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
5. 자다르 해변과 해풍 오르간 (Zadar Sea Organ)
- 바다 파도 소리로 연주되는 오르간, 해 질 녘 산책 명소
6. 트로기르 (Trogir)
- 유네스코 문화유산 도시, 구불구불한 골목과 섬의 고요함
7. 로빈 (Rovinj)
- 이탈리아 느낌 물씬 나는 어촌 마을, 붉은 지붕과 해변 산책
8. 자그레브 구시가지 (Zagreb Old Town)
- 수도의 고즈넉한 매력, 걷기 좋은 돌길과 카페 거리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안
스플리트 구시가지 외곽. 페리스틸 광장 주변 거리. 마르얀 해변 (Marjan Be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