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er orPâtissier?
직업을 프렌치 요리사로 하고 있는 시각에서 가끔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요리 학원들이나 취미로 배우는 요리 학원들의 코스에서 제과와 제빵을 엮어서 가르치는 과정들을 보고 의아한 감정을 느낄 때가 여럿 있었다. 빵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식문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둘은 꽤나 다른 성격을 가진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애초에 우리나라의 문화가 아니기도 하고 빵 자체가 주식이 아니며 밀가루와 오븐을 쓴다는 공통점 때문에 이 둘을 같은 분야로 보는 대중의 인식도 꽤나 있음을 느낀다.
우선은 우리나라의 빵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 문화에 최초로 베이커리 즉 빵집이 생긴 시기는 일제 강점기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빵을 일본으로부터 최초로 받아들인 게 된다. 사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우리나라가 받아 들은 빵 문화가 유럽식이 아닌 일본인들이 빵을 자기네 문화에 맞게 변화시켜서 만든 빵들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식문화를 보면 외국의 문화의 자기네 식으로 바꿔서 일본화시킨 음식들이 꽤나 많다. 가령,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이 뿌리라 할 수 있는 돈까스, 중국의 로미엔을 기원으로 두고 있는 라멘 등을 봐도 말이다.
아시아 국가들 중 최초로 서양식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역사적 사건을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라고 한다. 그와 동시에 일본은 그동안 나가사키에서만 제한된 방법으로 네덜란드나 포르투갈과 하던 서양 국가들과의 교류를 뛰어넘어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하면서 이때 유럽의 빵 문화 또한 일본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다.
문제는 쌀이 주식이던 일본인들의 입맛에 밀가루의 맛이나 향이 너무나 생소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생긴 음식이 전형적인 일본식 빵의 큰 예 중 하나인 ‘단팥빵’인데 달달한 팥 앙금을 빵 속에 넣음으로써 밀가루의 역한 맛을 가려주었고 일본인들에게도 빵의 거부감을 줄여줄 수 있었다.
한편, 프렌치 식문화의 기준에서 보면 제과와 제빵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바로 ‘효모’의 사용 유무에 따라 가장 크게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제빵은 발효가 된 효모를 사용하고 그 '효모'에 의해 부풀어 오르는 빵들이며 주로 식사용으로 먹는 빵을 만드는 영역이며, 제과는 주로 디저트로 먹는 달달한 페이스트리들의 영역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단팥빵의 경우 겉을 둘러싸고 있는 빵의 경우에 효모가 들어간 빵이나 맛이 달아서 식사에 곁들여 먹는 빵이라기보다는 디저트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단팥빵의 경우 제과와 제빵의 중심 위치에 있는 빵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사실 그렇기에 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유럽식 빵을 주로 소비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제과와 제빵의 기준이 참 모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그렇기에 이 둘을 엮어서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 또한 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프랑스 식문화에서의 빵은 어떨까?
프랑스의 빵집은 크게 불랑쥬리(Boulangerie), 빠티쓰리(Pâtisserie) 그리고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 이렇게 3가지의 영역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불랑쥬리의 경우 효모를 이용한 식사용 빵을 만드는 곳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바게트, 깜빠뉴, 빵 드 미(pain de mie,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식빵’이라고 부른다) 등의 빵이 이에 해당이 된다. 비에누아즈리의 경우 이름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떠오르듯 오스트리아의 식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빵들을 만드는 곳을 지칭한다. 간략하게 프랑스의 역사를 보면 사람들이 흔히 아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실 프랑스인이 아니다. 그녀의 출신은 오스트리아로써 그녀가 프랑스로 시집을 오던 당시 오스트리아의 빵 문화 또한 프랑스에 스며들게 되는데 이에 해당되는 빵들에 크로와상, 빵 오 쇼콜라 등이 있다.
그리고 위의 언급한 빵을 주로 다루는 직업이 프랑스어로 불랑제(Boulanger), 영어로는 베이커(Baker) 즉 제빵의 영역에 해당이 된다
빠티쓰리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아는 마카롱, 타르트, 케이크와 같은 주로 디저트용 빵을 다루는 제과점들을 일컫는다. 언급한 예들을 보아도 효모를 사용하지 않는 과자류나 케이크류이며 이러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대중화시켰다고 생각하는 단어 ‘파티시에(Pâtissier)’라고 하며 말 그대로 제과의 영역에 해당이 된다.
끝으로, 요즈음 우리나라에도 매우 다양한 종류의 빵집이나 제과점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런던의 슈퍼마켓에서 김치를 파는 것을 볼 수 있듯, 우리나라만의 빵이나 디저트 또한 더욱 많이 연구되고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