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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Oct 26. 2019

김치 & 와인


김치 & 와인


 와인에 관련된 미디어 중 가장 나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던 건 누가 뭐라 해도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이였다. 그리고 만화 속 가장 기억의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를 꼽자면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가 한식 중에서도 김치와 어울리는 레드 와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온 와인에서 그 답을 찾는다. 원래가 고추밭이었던 밭을 뒤엎고 포도를 심어 만든 와인에서 김치 와의 마리아주를 찾게 되는데 이유은 즉슨 원래가 고추밭의 테루아를 가진 포도밭 이기에 와인 또한 고추 특유의 맵싹함을 가지고 있었고 그 맵싹함이 김치와 매우 잘 어울린다는 결론이었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굳이 김치와 레드 와인을 같이 마셔야 할까?라는 이유에서였는데 김치라는 음식을 서양의 음식과 비교하자면 개인적으로 ‘피클’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의 밥상에서 김치의 역할은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역할을 하며 무언가 맛의 2%가 부족한 순간 그 부족함을 잡아주는 역할 또한 해준다. 서양 음식 문화에서도 와인과 피클만을 매칭 하는 경우는 보기가 매우 힘들며 김치에서 더 나아가 발효음식이 굉장히 발달한 한식과 와인은 사실 그리 좋은 궁합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 생각의 틀을 깨 주게 한 가장 중대한 개인적인 사건이 내추럴 와인과의 만남이었다.


 우선 내추럴 와인과 일반 와인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내추럴 와인의 경우 가장 큰 특징이라 함은 그 이름 그대로 ‘내추럴’이다. 사실 와인이 100% 포도즙으로만 만들어지는 술이라는 정의는 유럽연합의 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와인의 경우에 와인의 양조과정과 포도 재배 과정에서 꽤나 많은 첨가물과 산화 방지용 참가 물들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발효 과정에서 인공적 효모를 더하기도 한다. 즉 발효의 과정에서 생산자의 인위적인 개입이 꽤나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면 내추럴 와인의 경우 포도의 재배 과정과 양조 과정 자체에 그 어떠한 첨가물이 들어가질 않는다. 그렇기에 포도즙 자체에 들어있는 자연 효모만을 가지고 와인을 만들게 되며 그렇기에 생산량 또 한 매우 적고 매해 빈티지마다 맛이 꽤나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문제로 제대로 된 인증시스템이 없다는 비판을 늘 안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꼽는 내추럴 와인의 맛의 특징은 자연 효모의 향을 잘 느낄 수가 있는데 대부분의 자연적 발효가 젖산(lactic acid)에 의해 신맛이 두드러짐을 생각했을 때 확실히 산미가 두드러지는 와인들이 많고 가끔은 스파클링 와인이 아님에도 자연 발효에서 온 탄산을 느낄 수 있는 와인들도 많다. 쉽게 말해 인공적이 아닌 자연적 발효에서 오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향을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가끔은 농담 삼아 소똥 냄새라고 하는 자연 발효 특유의 역한 향이 나는 와인들도 만나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평가받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에서 내추럴 와인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유를 직접 텃밭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와 노마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발효 음식들이 내추럴 와인과 잘 어울렸기 때문이라 하는데 역시나 채소가 많고 또 채소를 기반으로 젖산 발효를 시킨 음식이 많은 한식의 특성상 자연적 발효 그대로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내추럴 와인과의 마리아주가 꽤나 훌륭하다고 보인다.

 그렇기에 젖산 발효의 대표적 예시라 할 수 있는 김치와 와인을 먹는다는 일 또는 더 나아가 장과 젓갈과 같은 발효음식이 많은 한식과 와인을 곁들이는 일이 매끄럽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내추럴 와인의 유행이 시작된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도 내추럴 와인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오가닉과 웰빙이 대세인 지금의 시대에 오늘 저녁은 내추럴 와인 한 병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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