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법의학자로서 특별히 죽음과 인연 깊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인연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욱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아닌 삶이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도인은 아니지만 죽음을 생각하고 살피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삶의 경건함과 소중함이 더욱더 절실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법의학자로서 우리 사회에 죽음을 숙고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그래야 우리들 삶이 행복해지겠다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갖게 된 것이다. p.136
죽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의제는 ‘죽을 권리’다. (p. 118)
연명의료 행위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해친다고 본 것이다. 이때 법원은 의사협회에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그 필요성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전문가 집단이 서둘러 이러한 사안에 대한 법제화를 시도해야 하지 않겠냐고 등을 떠민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나 또한 대한의사협회의 여러 의사들과 함께 연명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만들기 위한 TF팀에 참가하게 되었고, 오랜 수정과 토론 끝에 그것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상정된 다음 법제화되었다. 이로부터 연명의료가 강제 사항이 아닌 선택 사항이 된 것이다. (p.124)
그러한 거부권을 실제로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가. 우선 의사를 통해 ‘연명의료 계획서 Physician Order for Life-Sustaining Treatment’라는 것을 작성하거나 스스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면 된다. (p.186)
하버드 외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인 아툴 가완디 Atul Gawande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라는 책이 있다. 인간다운 죽음을 강변하며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의료에만 급급해하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과연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것인지 돌아보라는 것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다. (p.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