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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원 Jun 04. 2021

별밤

암흑 같은 하늘 속 반짝이는 작은 점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때의 먹먹함도 알아요.

오늘은 말이에요, 시선을 아무리 옮겨봐도 반짝이는 점을 찾을 수가 없네요.

희미하게 반짝이는 빛은 한 번 반짝하는가 싶더니 금방 사그라졌어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 그곳에는 빛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아무것도 없는 까만 허공을 아무것도 없는 마음으로 걷습니다.

걸음을 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언젠가 꿈에서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본 적이 있어요.

자다 깨서 본 별이었는지 잠든 채로 본 허상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저 하늘을 가득 채운 반짝임이 그대로 나에게 쏟아질 것만 같았고

나는 발버둥 쳤어요. 왠지 무서웠거든요.

나는 비 내리는 밤을 걷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꽃잎이 떨어지는 밤, 열대야의 밤, 낙엽이 지는 밤, 얼어붙는 밤,

모든 밤을 지나고 나면 어느 날엔가는, 새까맣게 얼룩진 달의 투명함이 밤을 밝힐지도 몰라요.

달빛이 별빛이 되어 하나 둘 툭툭 쏟아지는 상상을 해보아요.


그런데 오늘은요,

까만 허공을 걷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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