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원 Aug 08. 2021

[밀리언의 법칙] 세상을 위해, 타인을 위해

<밀리언의 법칙>

끌리는 기획으로 취향을 사로잡는 44가지 방법.


출판사 선마크 (일본)가 8권의 밀리언 셀러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지만 책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출판계뿐 아니라 광고 마케팅, 개인 콘텐츠 등 모든 콘텐츠 생산자들이 참고해 볼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본의 사례였지만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에선 현재 우리나라 안에서 눈에 띄는 소위 ‘킬러 콘텐츠’라고 하는 것들과의 동일한 점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그래서 조금씩 흥미를 붙여가며 읽을 수 있었다.


그런 반면, 조금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책을 읽으며 마치 내가 그 회사의 직원이 되어 앉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

이 책의 저자는 성공한 출판사의 성공한 편집자 겸 사장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그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성공 신화 류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성공한 밀리언 셀러 하나하나의 사례를 알 수 있었던 것, 그에 대한 소신과 법칙까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는데 회사 사장으로서 직원 운영에 대한 방식이나 관점 등을 이야기한 부분에서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일찍 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회식자리에서 일장 연설하시는 상무님 맞은편에 앉아 맞장구쳐야 했을 때의 그 곤혹스러움과 비슷하려나.


채용할 때 무엇을 가장 중시합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답을 한 가지로 압축한다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높은 의욕’입니다. 그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어려움에 도전하는 일을 싫어하지 않으며, 스스로 결정한 것을 철저하게 끝까지 해냅니다. p.198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 ‘최고의 일과 좋은 인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좋은 인생과 최고의 일’이 아닙니다. 역시 최고의 일이 있어야 비로소 좋은 인생이겠지요. 저는 최고의 일을 하지 못하면 좋은 인생에 좀처럼 다다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자신도 그렇지만 직원 모두가 정말로 좋은 인생길을 걸어가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서도, 최고의 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거기에야말로 인생의 큰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p.244


이런 부분들에선 회사의 직원이 아닌 일개 독자로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도 했다. 저.. 사장님, 저는 좋은 인생과 최고의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었을 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 책은 ‘인생의 법칙’이 아니라 ‘밀리언의 법칙’ 이니까.


책을 한 번 가볍게 읽고 나서 필요할 때마다 44가지 방법의 목차, 그리고 ‘선마크 출판 카드’ 라 불리는 짧은 글귀들을 훑어보는 것 만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메모해 두고 싶은 부분들을 골라보았다.



날림으로 하는 일은 바로 들통이 난다. p.58

아래 인용 문구 전체에 그 의미가 잘 담겨 있다.

드러커의 《피터 드러커 플래너》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기원전 440년경,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는 아테네 판테온의 지붕에 서 있는 조각상들을 완성시켰다. 그것들은 오늘날에도 서양 최고의 조각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조각상을 완성한 후, 페이디아스가 청구를 하자 아테네의 회계관은 조각상의 뒷면은 필요 없다는 이유로 지불을 거절했다. ‘조각상의 뒷면은 보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조각을 하고 청구한다는 것은 무슨 짓인가’라고 회계관이 엄포를 놓자 페이디아스는 ‘그렇지 않다. 신들이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저는 이 대목을 매우 좋아합니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압도적인 힘으로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창조의 원천입니다. 


창조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모든 창조의 영역은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믿고 있다. 얼마나 디테일할 수 있는가, 디테일을 위해 파고드는 힘은 얼마나 집요한가. 그렇게 압도적인 힘으로 파고들어 촘촘하게 짜인 콘텐츠들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관성이 숨어들 곳이 없다.


팔리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5가지 공통점 p.127

1. 놀라움을 주는 제목이다.

2. 몸과 마음의 치유, 건강과 관련되어 있다.

3. 그것을 읽고 독자 스스로가 바뀐다.

4. 시골에서도 팔리는 책이다.

5. 여성이 응원하는 책


다섯 가지 공통점을 하나씩 곱씹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편집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를 보는 시각이 미래를 바꾼다. p.79

원래 평생 아무 일 없이 순조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이른 시기에 좌절하거나 괴로운 상황을 겪거나 남몰래 콤플렉스를 가지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 같은 체험을 거치지 않으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음이 현명한’ 사람에게 이끌립니다. 마음이 현명한 사람이란, 상대와 주위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상대와 주위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서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마음이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고통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겪은 좌절과 괴로운 경험에 입각해 마음의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전적으로 공감했다. 편집자로서 잘 팔리는 책의 저자를 보는 기준이 이렇다면, 좋은 책을 낼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고통이 나의 고통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로부터 한줄기 빛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니 말이다. 과거를 과거로만, 고통을 고통으로만 남겨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를 보는 시각으로부터 미래를 바꿀 수 있기에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양은 반드시 질로 변한다. p.162

압도적인 양을 경험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저자는 그 같은 에너지를 자기 안에 간직하고 있는 법입니다. p.162


우선 전문 분야에 해당되는 책들이 그렇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떤 전문 분야나 직업 말고도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시간과 경험을 거쳐 녹여낸 고유한 글들이 존재한다. 평범한 직장인, 엄마 등 그들 안에 축적된 에너지를 뿜어낸 글들이 그러하다. 다시 한번, 무에서 유가 아니라 유에서 유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무리해야 일이 된다. p.66

대성공이란 역시 모두가 무리를 해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예전 같으면 말도 안 돼, 일축하며 지나쳤을 말이지만 지금으로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콘텐츠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회사에서는 특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 다녔을 때 가끔 광고 경쟁 피티를 하면 전날은 당연히 밤을 새우는 일정이었다. 매뉴얼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 특성상 누구나 한 마디씩 의견을 내고 반영을 하고 끊임없는 검토를 하다 보면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건 무리를 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겠지만.

현재는 엄마로 살아가며 매일을 무리해야 하는 일상을 겪고 있다. 여기서 중국어 공부하고 글 쓰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하고 싶은 것 하려면 무리를 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비정한 현실을 깨닫고 있는 중이어서일까, 마음에 콕 와닿았던 글귀였다.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콘텐츠들은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밀리언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 않다. 밀리언은 고사하고 독자의 마음에 가서 닿는 콘텐츠들은 몇이나 될까 생각해본다. 누구나 처음 글은 일기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한 감정의 끄적임을 통한 자기 치유 만으로도 글쓰기는 충분히 가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글, 마음에 가서 닿아 작은 파동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글은 아름답다. 누군가의 글이 나에게 가슴 깊이 다가왔을 때를 떠올려보면 말이다.


‘세상을 위해 타인을 위해’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지 않으면 ‘악화일로’가 뻔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 <밀리언의 법칙>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 그 어려운 일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