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백인 마트 vs 새로 생긴 한국 마트
웨스트 밴쿠버는 부유한 동네답게 마트도 홀 푸즈, 세이브 온 등이 주로 있다. 웨스트 밴쿠버의 번화가들 중에 던바 스트리트(Dunbar Street)에 있는 스통스 마켓(Stong’s Market)은 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로컬 마켓으로 다양하고 맛있는 로컬 푸드들과 델리, 유기농 야채 등을 살 수 있는 밴쿠버만의 고급 마트이다.
백인동네 마트답게 스통스만의 다양한 햄과 샐러드, 조리된 음식을 파는 델리가 매우 잘되어 있고 수프부터 피자, 초밥까지 여러 종류의 먹거리를 파는 테이크 아웃 푸드 섹션도 역시 잘되어 있다. 입구 쪽에는 맛있는 커피와 차를 파는 카페와 함께 구입한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게 잘 꾸며 놓아서 따뜻하게 데운 음식을 레스토랑과 같은 공간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
스통스는 특히 다른 마트에는 잘 없는 다양한 종류의 독특한 치즈가 많고 베이커리가 있어서 갓 구운 빵, 다양한 케이크와 파이 등도 살 수 있다.
이 곳 베이커리에서도 크로와상부터 토르티야, 인도식 난까지 이민자들의 다양한 스타일의 빵을 살 수 있다.
힙스터 도시인 밴쿠버의 대표 마트답게 채식주의자용(Vegan) 다양한 식자재도 많이 팔고 있다. 특히 스통스의 가장 큰 특징은 밴쿠버 맛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서 테이크 아웃으로 파는 다양한 음식들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스트 밴쿠버에 있는 유명한 아이스크림(Earnest Ice cream)부터 코퀴틀람의 인도식당에서 만든 패티, 오리고기, 웨스트 밴쿠버 디저트 카페에서 파는 크림같이 부드럽고 달콤한 마쉬멜로우까지 정말 동네 맛있는 음식을 다 가져다 놓고 팔고 있다.
로컬의 오래된 마트답게 다른 체인점 마트에는 없는 스통스에서만 파는 매우 좋은 컬렉션의 로컬 푸드 덕분에 많은 단골들이 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냉동 혹은 냉장으로 간단히 포장된 맛집 음식들을 한 곳에서 간단히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통스의 플라워 섹션은 홀 푸즈보다 잘되어 있다. 플라워 삽처럼 고급스럽고 다양한 꽃을 직접 골라 꽃다발을 구성해서 포장할 수 도 있다. 각 계절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꽃들을 많이 가져다 놓기 때문에 꽃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하다.
20년 전 던바 스트리트에 살았던 신랑 말에 의하면 던바는 유비씨(UBC)에 가깝고 사립학교들이 많아서 웨스트 쪽에서도 젊은 백인이 많이 살아서 웨스트 쪽에서 활기가 넘치는 동네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도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몇 년 전부터 젊은 백인들은 이스트 밴쿠버나 버나비 같은 외각으로 밀려나서 살고 지금은 돈 많은 중국 본토 출신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중국 동네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영향인지 스통스에서도 중국 사람들을 위한 야채나 육류 등을 팔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중국 사람들은 최근에 이주해서 비싼 차와 명품으로 촌스럽게 휘감고 다니는 본토 출신 중국 사람들과 백여 년 전부터 이곳에 철도를 깔며 이주해서 자리 잡고 살거나 홍콩에서 이주해온 세련된 중국 사람들로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이 곳에서 차이나타운을 형성하며 오랫동안 살고 있는 후자의 중국사람들은 중국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백인들의 스타일대로 자라서 영어도 잘하고 세련되고 친절하며 매너가 매우 좋다. 하지만 최근 촌스럽고 말이 안 통하는 본토 중국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이주해서 이곳 중국 사람들도 본토에서 온 사람들과 같은 중국 이민자 취급을 당하는 것을 매우 불쾌해한다고 한다. 중국 본토 사람들의 대규모 웨스트 밴쿠버 이민은 백인동네에 한국계 마트인 H 마트가 들어서게 만들었다.
H 마트는 북미대륙에 있는 대표적인 한인 마트 체인으로 밴쿠버에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코퀴틀람과 다운타운에 매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본토에서 온 중국 사람들의 한국 상품에 대한 소비가 늘면서 중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리치먼드에 새지점이 생기더니 던바에도 작년 말에 지점이 생겼다.
입구에서부터 모든 상품에 중국어로 설명이 되어 있고 계산대에서도 중국 사람들이 주로 일한다. 던바의 H마트는 백인동네에 한국산 식자재를 중국어로 설명해 놓고, 중국 스타일의 삭힌 달걀을 팔고, 중국 사람들이 장보고 일하며, 중국 일간지 무료배포대가 놓여있는 매우 독특한 한국 마트이다.
한국 상품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 덕분에 웨스트에 살면서 H마트에서 한국 물건들을 쉽게 살 수 있어 좋았다. 물건들이 다양하지 않고 다른 H 마트 지점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언제든 한국산 야채를 살 수 있고 계절에 따라 군구 구마, 딸기, 곶감 등을 살 수도 있다.
특히 수산품 코너에는 미국산 활어를 바로 회로 떠서 팔고 다른 마트에는 없는 살아있는 전복과 횟감용 연어와 수제 어묵 등 다양한 수산품을 팔고 있다.
중국 사람들한테 잘 팔리는 홍삼과 전기밥솥, 냄비 등의 조리도구들도 잘 갖추어져 있다. 중국 마트인 티앤티에서도한국산 프라이팬과 웍은 고급으로 팔리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도 여기서는 단연 인기품목으로 다양한 페이스 팩과 한국 브랜드 색조 화장품을 팔고 있다.
또한 김밥부터 감자탕, 도시락 등을 다양한 조리된 음식을 파는 델리와 한국 스타일의 빵을 파는 베이커리도 있어 한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음식으로 대신 채울 수 있다. 이 곳에서도 한국 식당은 많이 있지만 거리가 가깝지 않고 팁과 세금까지 내면 가격이 만만치 않아 외식이 한국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한인 마트에서 파는 다양하고 간편한 조리음식들 덕분에 한국 음식에 대한 서러움을 조금 덜 수 있긴 하다.